[단독] 가상화폐 거래소 '셧다운 위기'…野, 신고기한 유예 법안 발의

사진=뉴스1
시중은행의 실명계좌와 연동해야만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게하는 특정금융정보법이 9월 24일부터 시행된다. 이미 은행과의 제휴를 하고 있는 4대 거래소 이외 중소거래소의 경우 '셧다운'이 예상되고 있다.

중소거래소에 투자된 금액이 만만치 않아 피해가 예상되는 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실명계좌 연동 등의 문제의 충분한 논의를 위해 법안 시행을 3개월 유예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가상화폐 거래소에게 은행과의 실명계좌 연계 등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 신고를 마쳐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시행을 3개월 늦추는 '특정 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명희 의원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기한(9월24일)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과 상당규모의 이용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소극적 대응으로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에 부담을 느끼며 이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 가상자산 산업계와 이용자들의 지적"이라며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유예기간을 올해 12월까지로 한시적으로 연장해, 피해를 최소화하며, 안정적 법적용 기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현행법에 따르면, 9월 24일 이후 거래소는 반드시 시중 은행과 실명계좌 연계를 해야한다. 거래소 이용자 역시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연계하지 않는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미 실명계좌 연계가 되어있는 '업비트'의 경우 케이뱅크를 통해 실명계좌를 만들어 연동해야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연계의 조건으로 '직접적인 과실이 없다면 거래소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은행 면책'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측은 거래소와 실명계좌를 발급해줬다가 향후 금융 사고가 터질 경우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직접적인 잘못이나 실수 등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포괄적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의미다.

은행측은 이러한 면책이 있지 않는다면 신규 실명계정 발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실명계좌 연계가 되어있는 거래소는 이른바 '4대 거래소'라고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은행 면책' 조건을 단호히 거절하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당국이 면책한다고 해도 미국 금융당국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괜찮겠느냐. 글로벌한 생각이 없고, 자금세탁에 무지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중소거래소들은 사실상 '셧다운'을 앞두고 기한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30여곳의 중소거래소가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하고 있지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 중소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신고 수리를 위한 실명계정 발급에 모든 힘을 쏟고 있지만, 정부와 은행의 강경한 입장에 가상자산사업자들은 혼란해 하고 있다"며 "논의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