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여성 부장교사 없던 학교…인권위 '성차별' 판단

30년 가까이 부장교사 보직에 남성 교사만 임명한 서울 양천구 소재 사립중학교의 인사 관행이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7일 진정이 제기된 A 중학교장에게 부장 보직 임명 시 여교사와 남교사 간 성비를 고려토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A중학교는 1905년 설립된 남자중학교로, 1951년 중·고등학교가 분리된 이후 A중에 여성 교사가 부임한 것은 1992년이 처음이다.

진정인은 여성 교사로, 1989년 같은 재단 소속 A고등학교에 부임한 뒤 1995년 A중학교로 전보돼 근무해 왔다.

그는 2019년 A중·고교 미주동문행사에 초청됐지만 학교 측이 숙박비를 따로 물어야 한다는 등 이유로 난색을 보이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30년이 넘는 교사 경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영의 집행부인 소위 '부장'이라는 보직을 받은 적 없으며 본인뿐 아니라 여성 교사는 부장이 된 적 없다"면서 "본인의 문제 제기로 2021년에는 여성 교사 2명이 부장이 됐지만, 이번에도 내게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고연령의 남교사가 많았던 시절엔 여교사의 경력이 짧아 부장직을 맡길 수 없었고, 부장 보직은 승진 개념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데다가 요즘 교사들이 부장직을 선호하지 않아 여교사들에게 부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A중은 부장 보직에 2020년까지 여교사를 배제하고 여교사보다 부임 시기가 늦은 남교사를 임명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인권위는 학교 측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장 보직은 특혜가 아니다'라는 학교 측 주장에 대해 인권위는 "부장 보직을 맡는다는 것은 학교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관리직으로 승진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며 "여성 교사를 부장 보직에 임명하지 않는 것은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미주동문회 초청행사와 관련한 학교 측의 대응 방식도 남성 중심적인 학교 운영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018년부터 A중이 시행하고 있는 인사위원회 역시 남성 교사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여성 교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성차별적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