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PTV·케이블TV 낡은 규제 풀겠다지만…업계는 "글쎄"

정부가 인터넷TV(IPTV), 케이블TV 규제 완화가 담긴 유료방송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유료방송사의 채널 편성 자율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 방송 범위, 콘텐츠 제작 등 관련 규제를 대폭 낮추는 내용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으로 유료방송사의 어려움이 커지자 과도한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완화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방송채널사업자(PP) 업계가 반발하는 데다 현 정권 임기 말이라 추진력을 갖기 힘들다는 이유 등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 관련 온라인 공청회를 열었다. 여기서 6개 분야 24개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했다. 6개 분야는 △소유 및 겸영 제한 완화 △허가·승인·등록제도 개선 △인수·합병 활성화 △지역채널 및 직접사용채널 활성화 △채널 구성·운용의 합리성과 자율성 제고 △공정경쟁 및 시청자 권익보장 강화 등이다.

세부 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채널 운용 자율성 확대다. IPTV나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이 채널 번호를 바꾸려면 1년에 한 번 정기개편 때 해야 한다. 정기개편 때도 PP가 반발하면 채널 번호를 바꾸기 쉽지 않다. 정기개편의 개념과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시청률 등에 따라 채널 번호를 바꾸는 건 방송사업자의 기본적인 권리인데 이것도 못하게 하면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다. 정부는 이에 정기개편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채널번호 변경 횟수를 연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유료방송사의 PP 소유 제한 규제도 푼다. 현재 IPTV·SO·위성방송은 PP 전체 사업자 수의 20%를 넘어 자체 PP를 운영할 수 없다. 이 규제를 없애 얼마든 자체 PP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 같은 맥락에서 IPTV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송출하는 '직접사용채널' 운용도 허용한다. IPTV업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단 직접사용채널은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방송, 재난방송 등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현재 지역 케이블TV은 지역보도 이외 특정 사안에 대한 해설·논평이 금지돼 있다. 이 규제도 없애고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도 허용한다.

M&A 규제도 개선한다. 방송사업자와 비방송사업자 간 합병의 경우 변경허가·승인·등록 절차를 폐지한다. 방송사업 계열 회사 간 합병의 경우 신고제로 완화한다. 정부는 이밖에 지상파와 SO·위성방송 사업자 간 지분 소유 제한을 없애고, 정부 승인이 필요한 방송 변경 사항을 신고제로 바꾸거나 승인을 생략할 계획이다.

IPTV와 SO 업체는 제도 개선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IPTV 업계 관계자는 "OTT는 규제 무풍지대인 반면 유료방송사는 낡은 규제가 수두룩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부안은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PP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의 PP·채널 운용의 자율성이 늘어나면 그만큼 PP의 입지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PP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 대다수는 IPTV와 SO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한 제도 변경안을 마련하면서 사전 의견 조율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PP 업계 반발로 상당수 규제 완화 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과기부는 작년 3월에도 채널 정기개편 확대 방안을 추진했지만 업계 갈등만 일으키고 무산됐다. SO 업계 관계자는 "정권 임기 말이어서 정책 추진에 힘을 받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라고 했다.

현재 업계 최대 현안인 유료방송사업자와 대형 PP 간 콘텐츠 이용 대가 갈등에 대한 대책이 빠진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콘텐츠 이용 대가 문제는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에서 논의해 추후 별도 발표할 계획이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