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도쿄 질주' 멈춘 김제덕 "사대 홀로 오르자 부족함 느꼈다"

양궁 남자 개인전 32강서 조기 탈락…"패배 깊게 받아들여"
특별취재단 = 양궁 2관왕 김제덕(17·경북일고)에게도 '홀로' 오른 올림픽 사대는 부담스러웠다. 김제덕은 27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2회전(32강)에서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에게 3-7로 졌다.

앞서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김제덕은 자신감 넘치는 '파이팅' 소리로 누나 안산(광주여대)과 형 오진혁(현대제철), 김우진(청주시청)에게 기합을 불어넣으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양궁의 '막내 에이스'라 불릴 만했다. 그러나 형님이나 누나 없이 홀로 사대에 서는 것은 김제덕에게 또 새로운 경험이었다.

올림픽은 김제덕이 처음으로 참가한 해외 국제대회다.

2세트와 3세트, 한 번씩 8점을 쏜 뒤 김제덕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8점을 쏜 뒤 당황한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뒤에서 과녁을 확인하던 홍승진 남자 대표팀 감독을 바라보기도 했다.

김제덕은 "동료와 협동하는 단체전은, 누군가를 믿으며, 따라가며 경기를 할 수 있지만 개인전은 혼자만의 시합이어서 믿을 게 나 자신밖에 없었다.

그게 약간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덕은 때로는 웃기도 하며 씩씩하게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다음은 김제덕과의 일문일답.
-- 예상보다 일찍 탈락했다.

▲ 모든 선수가 올림픽 개인전에서 탈락한 뒤 처음에 하는, 아쉽다는 느낌을 이제 알게 됐다.

이게 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 많이 남은 기회 중 한 번이라도 더 붙잡아서 나의 꿈을 하나씩 이뤄가겠다.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고 오늘의 패배를 깊게 받아들이겠다.

끝나고 나니까 속은 확실히 뻥 뚫린다.

(웃음)
-- 그런데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있다.
▲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마음에 뭔가를 많이 쌓아두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부담감도 그렇고, 컨트롤할 수 없는 아쉬운 부분들도 있고…. 그러다 보니 단체전 때보다 슈팅이 안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고쳐야 할 부분이 단체전 때 발견됐는데 계속 컨트롤하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했다.

그게 아쉽다.

-- 오늘 실수가 자주 나온 것 같다.

10점 많이 쏘던 단체전 때와 달랐다.

▲ 개인전은 단체전보다 발사 간격이 짧다.

한 번 쏘면 빨리 자르고(잊고), 새로 바람을 읽고 다시 쏘고… 그래야 하는데 이런 리듬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부담을 느꼈다.

(태풍으로 인한) 바람의 영향도 있었다.

-- 3세트에서 처음부터 8점을 쏘며 흔들렸다.

▲ 바람이 좌, 우로 헷갈리게 불었다.

혼성, 남자 단체전 때보다 심했다.

그래서 당황했다.

버벅거리다가 게임이 끝나고 말았다.

사수는 사로에 들어가면 빨리 모든 환경 요소를 파악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에서, 동료 없이 홀로 올림픽 사대에 서니 부담이 느껴졌나.
▲ 동료와 협동하는 단체전은, 누군가를 믿으며, 따라가며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전은 혼자만의 시합이어서 믿을 게 나 자신밖에 없었다.

그게 약간 부족했던 것 같다.

목도 쉬어서 정상이 아니어서, 파이팅을 외치기보다는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파이팅을 안 하니 느끼는 긴장감이 좀 달랐다.

(웃음)
대표 선발전도 어려운 무대지만,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무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더 배워야겠다.

-- 그래도 금메달을 두 개나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

▲ 오진혁, 김우진 선수와 협동해서 단체전 금메달 따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그걸 이뤄서, 욕심은 더 나지 않았다.

개인전은 지더라도 '팡팡' 즐기면서 쏘고 싶었다.

막상 지니까 많이 아쉽다.

-- 집에 가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

▲ (미성년자여서) 백신을 좀 늦게 맞았다.

집에 가면 자가격리부터 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