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태권도 종주국…사상 첫 '노골드'
입력
수정
지면A27
6개 체급서 은 1·동 2 마감태권도 종주국 한국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없이 올림픽을 마쳤다. 이다빈(25)이 이번 대회 한국 태권도에서 첫 은메달을 획득해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을 위안 삼아야 했다.
이다빈 은메달로 체면치레
암 극복한 인교돈 값진 동메달
2000년 시드니 이후 첫 金 '0'
이다빈(25)은 27일 밤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7-10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6개 체급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로 도쿄 대회를 마감했다.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뒤 종주국인 한국이 금메달 없이 짐을 싼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다빈 경기에 앞서 열린 80㎏ 초과급에서 인교돈(29)이 동메달, 지난 24일 치러진 남자 58㎏급에서 장준(21)이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이다빈은 이날 열린 준결승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동메달리스트이자 올림픽 랭킹 세계 1위 비안카 워크던(영국)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패색이 짙던 3라운드 막판 22-24로 뒤진 상황에서 ‘버저비터 킥’이 상대 얼굴에 꽂혔고 25-24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세계 3위 만디치는 더 견고했다. 1라운드에서만 5점을 내줬고 2라운드에서도 3-6으로 추격하기 바빴다. 3라운드 중반 주먹 공격에 이어 몸통 발차기로 6-6 동점을 만들었으나 만디치에게 똑같이 주먹 공격에 이은 몸통 발차기를 내줬다. 결국 6-9로 끌려가던 이다빈은 막판 1점을 더 내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이다빈 경기에 앞서 같은 날 열린 남자 80㎏ 초과급에 출전한 인교돈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반 콘라드 트라이코비치(슬로베니아)를 5-4로 누르고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랭킹 2위인 인교돈은 이날 준결승에서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에게 6-12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동메달 결정전에선 3라운드까지 4-2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인교돈은 용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혈액암 중 하나인 림프종 진단을 받은 선수다. 이를 이겨내고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따고 재기에 성공했다. 2년 전 암 완치 판정을 받았고 결국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하는 ‘인간 승리’를 보여줬다.
조수영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