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단협 아직도 못 끝낸 르노삼성…수출 기회 잃을 수도

회사 기본급 동결 대신 일시금 800만원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없으면 수용 못해" 버텨

일각에선 "파업 참가자 임금 보전 문제가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지적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원들이 지난 5월 서울 한 영업소에서 '상복 집회'를 하는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7일에도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회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 26일 일시금 800만원 및 라인수당 3만원 신설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회사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르노그룹 내 시간당 인건비가 가장 높아 신차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기본급을 동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지난 3년간 매년 900만~15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파업 참가자의 임금 보전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하면서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올 들어서만 205시간의 파업을 강행했다. 회사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면파업에도 참여율은 25% 수준인데, 나머지 75%의 직원을 생각해서라도 참가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지도부는 파업에 참여한 강성 노조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 5월에 근무를 거의하지 않아 6월 급여가 대폭 줄었고, 지도부에 거세게 문제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깨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일을 한 직원들이 피해를 입고, 앞으로 교섭에서도 노조의 무리한 파업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다.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은 현 위원장(박종규 위원장)이 선출된 2018년 12월 이후 급증했다. 이전에는 연 평균 파업시간이 18시간이었고, 2015~2017년엔 아예 파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연간 파업시간은 270시간에 달한다.

르노삼성이 올해 파업으로 입은 생산손실만 5000대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손실 외 르노삼성이 수출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게 더 위험하다"며 "르노그룹 유럽 공장들이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 노사갈등이 계속되면 르노 본사가 이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뺄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