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시동 끈 채 낚시하다 다른 배에 들이받혀도 "30% 책임"

법원 "해상 표류·운행 선장, 충돌 회피 주의 의무 다해야" 벌금형
충돌 사고 낸 선장에게는 업무상과실 선박파괴죄 금고·집행유예
바다에서 보트 시동을 끈 채 표류하다가 다른 배에 들이받혔더라도 보트 선장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A(62)씨는 2019년 9월께 다른 2명과 함께 충남 보령 한 무인도 인근에 0.83t급 모터보트를 타고 가 낚시를 했다.

당시 A씨는 보트 시동을 끄고 파도에 선체를 맡긴 상태였다.

비슷한 시각 B(53)씨는 자신의 9.77t급 어선(보령 선적)에 승객 21명을 태우고 낚시하다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속 약 18㎞(10노트)로 항해하던 B씨는 A씨 보트를 발견하지 못해 거리가 좁혀졌다.

A씨 역시 자신의 보트 오른쪽에서 접근하던 B씨 어선을 모르고 있다가 약 200m 정도 남겨놓고서야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뒤늦게 보트를 작동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A씨 보트 오른쪽 중앙 부분이 B씨 어선 선수에 들이받혔고, 보트 승선자가 전치 9주의 피해를 봤다. 보트도 부서졌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두 선박 선장 과실비율 정도를 면밀히 살펴 '보트 3·어선 7'이라고 판정했다.

'진행하는 길이나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항해 특성상 바다에서 표류할 경우 선장은 다른 배와 충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돌을 회피할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도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B씨에게 업무상과실 선박파괴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주된 과실은 B씨에게 있지만, A씨에게도 과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 B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들 양형 부당 주장을 살핀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남동희 부장판사)는 "어선보험을 통해 피해복구가 된 점을 고려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150만원, B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각각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