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예술 꽃'은 피었습니다…메마른 문화계에 단비 돼 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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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코로나19의 위협은 여전히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움츠러든 기업의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계 후원) 활동도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금이 전년에 비해 14.6%나 감소했다.
문화·예술 지원
15% 줄었지만
이건희컬렉션
문화 콘서트…
삼성·현대차 등
지원 계속돼
하지만 ‘겨울’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 전체적인 후원 규모는 줄었을지 몰라도 시민 곁으로 더욱 바싹 다가간 유·무형의 다양한 메세나 활동이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 수집했던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품 등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돼 시민들이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꽁꽁 언 마음 녹이는 메세나
외형상 기업들의 문화·예술계 후원 활동은 아직 제대로 꽃 필 여건이 아닌 모습이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금 총액은 약 1778억원으로 전년(2081억원)보다 14.6%(약 303억원) 감소했다. 지원에 참여한 기업 수도 전년보다 28.7% 감소했다. 지원 건수 역시 33.4%나 줄었다.‘대면’이 핵심인 분야일수록 타격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시행 등으로 공연장과 복합문화공간, 갤러리 등이 정상 운영을 하지 못하면서 지원금액(1033억원)도 전년 대비 9.3%(106억원) 줄었다. 특히 클래식 음악 분야의 타격이 컸다. 전년 대비 지원 규모가 42.9%(76억원)나 급감한 것이다. 뮤지컬(-44.6%)과 무용(-50.1%) 분야의 타격도 적지 않았다.여전히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꽃을 피우기엔 주변 상황이 엄혹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공연 및 전시 횟수가 줄어들면서 지원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메세나 경영의 의지까지 꺾지는 못했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 기증을 계기로 기업과 기업인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여가 얼마나 큰지를 대중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주요 기업들도 예년에 비해 다소 규모가 줄었을진 몰라도 꾸준한 지원 활동으로 꽁꽁 언 얼음을 녹이는 메세나 열기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롯데문화재단은 2016년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을 통해 적극적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후원하고 있다. CJ문화재단은 인디 뮤지션들을 지원하는 ‘튠업(Tune up)’, 신인 뮤지컬 창작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테이지업(Stage up)’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젊은 음악가들의 무관중·온라인 공연을 지속해서 열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7년 사재 8500억원을 들여 설립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예술 진흥을 통해 미래 인재에게 꿈을 심어주고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시민 곁으로 다가간 예술체험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접촉이 제한되고, 활동의 제약이 늘었지만, 시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문화·예술 활동이 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특히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문화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거나 초청해 예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이 두드러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군 장병을 위한 비대면 방식의 문화예술 경험 제공 행사인 ‘군인의 품격’을 진행했다. 종근당홀딩스는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과 환자, 보건 방역 관계자들을 위한 오페라 공연 콘텐츠 제공 활동인 ‘종근당 오페라 희망 이야기’를 선보였다.어린 영재 육성을 위한 지원 활동, 예술 관련 생활교육도 꾸준하다. 금호타이어는 ‘나를 지켜줘’ 이벤트를 통해 교통안전교육을 예술과 접목해 학교에서 비대면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위기탈출 안전교육’을 통해 무용을 활용한 융합 교육으로 아동들의 안전의식을 키웠다.이와 함께 우리금융·우리카드는 ‘꿈나무 아트클래스’를 통해 대화 중심의 미술교육으로 창의력을 키울 기회를 마련했다. KT&G복지재단은 지역아동센터 학생에게 음악, 미술이 융합된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