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강성·파업' 이미지 벗나…3년 연속 무분규

실리·합리 집행부 영향, 사회적 책임에 노조도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다양한 조직요구 충족고민 커져…외부위기 없으면 노사관계 다시 긴장"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3년 연속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 지으면서 '강성 파업 노조'라는 이미지를 벗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56.36%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로써 올해 교섭이 분규 없이 완전히 타결됐다.

노조는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 등을 벌여 합법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행하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 12일 쟁의권 확보 직후 곧바로 파업 일정을 잡지 않고 사측에 성실 교섭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대화를 이어간 끝에 잠정합의를 도출했고, 조합원 찬반 투표도 가결시켰다.

이는 합리·실리 성향인 현 노조 집행부 방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 노조 집행부는 대립적 노사 관계 청산, 무분별한 파업 지양, 임단협 교섭 기간 단축 등을 내걸고 당선돼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실제 지난해 교섭은 역대 2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이 나왔고, 11년 만에 임금동결에 노사가 합의했다.

노조는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고려해 아예 파업 찬반투표를 하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공장이 휴업 사태를 맞았을 때는 노조가 나서서 노사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이런 기조가 이어졌다.

이상수 노조지부장은 노사 상견례 자리에서 사측에 코로나19 사태 지속, 반도체 수급 차질 등을 언급하며 "쟁점 사안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교섭을 빠르게 마무리하자"고 강조했다.

노조 요구대로 교섭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인 두 달가량 만에 끝났다.

임단협이 여름 휴가 전 타결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현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결의하면서도 "파업은 교섭 승리를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파업 돌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 조합원을 대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쟁을 강조했고, 고객 요구에 맞춘 품질 향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조 집행부가 드러내놓고 '뻥' 파업 지양, 품질력 향상,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조 등을 강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변화는 노조 집행부의 특정 성향만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2019년 당시 노조 집행부는 강성이었으나, 파업 투표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다.

한일 무역분쟁 등 상황 속에서 파업할 경우 여론의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 노사 관계 전문가는 "현대차가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인 만큼, 노조 역시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다만, 외부 위기가 없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 다시 노사 관계가 긴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론, 사무·연구직과 젊은 층 등이 목소리를 내는 만큼, 노조가 내부에서 다양해진 요구를 충족하는 데 많이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투표가 가결되기는 했으나, 사무·연구직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는 상대적으로 부결 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