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국 칼럼] 다산이 아들에게 준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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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습관, 버릇이 있다. 그 버릇도 좋은 버릇이 있는가 하면 고쳐야 하는데 좀처럼 잘 안 되는 버릇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종류의 버릇이 있다. 그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데 잘 미루는 것이다. 일테면 그때그때 시기를 맞추어 잘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꼭 코앞에 가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오래되었다. 소시 적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도 벼락치기. 방학 때 일기 숙제도 학교가기 전 한꺼번에 쓴다. 그런 버릇은 성인이 되어서도 잘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때로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제발 미루지 말고 하라고’. 가끔은 어떤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는다. 그럴 경우에도 꼭 날짜를 간신히 지키거나, 턱거리로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글을 보내겠다고 하고 미적거리다가 약속을 어길 때도 있다. 이런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야 하는데, 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앗. 나에게 하는 말이다’하는 글을 읽었다. 그의 글을 보자.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물려줄 수 있을 정도의 벼슬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글자를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들은 하찮게 생각하지 마라. 한 글자는 ‘부지런할 근(勤)’자요, 또 한 글자는 ‘검소할 검(儉)’자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논밭보다 훨씬 나아서 평생토록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근’(勤)이란 무엇인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녁까지 늦추지 마라. 맑은 날 해야 할 일을 미적거리다 비 오는 날 하지 마라. 비 오는 날 해야 할 일을 꾸물거리다 맑은 날 하지 마라.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을 하고, 어린이는 왔다 갔다 하며 어른들이 시키는 일을 한다. 젊은 사람은 힘든 일을 하고, 병 있는 사람은 집 지키는 일을 한다. 부인들은 밤 1 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요컨대 한 집안 남녀노소가 한 사람도 노는 사람이 없고, 잠시도 한가한 시간이 없는 것, 이를 ‘근’이라고 한다.“ . 다산 정약용이 49세 때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하나이다.『다산의 마음』에서 인용했다.어떻게 살다보니 어느덧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다산이 아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나이보다 더 많은 자가 되었다. 그런데 아들에게 주었던 글자를 마음에 담아 앞으로 고쳐야 하겠다니, 한심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고치지 못하고 그대로 살다가는 늘 마음 이 불편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 본다.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의 정신을 가지고 사는 자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아마도 다산이 아들에게 주었던 글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앙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신앙은 삶이다. 그 삶은 예수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오늘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예수님의 정신이 곳곳에서 있는가? 이다. 오늘 우리들이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는 것도 사실은 예수님의 정신을 알고 배우기 위함이 아닐까? 그리고 예수님의 정신을 알고 배웠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은 삶이 맞다.
앞으로 사무실 책상 한 쪽에 글자 부지런 할 ‘근(勤)’을 써놓아야 하겠다. 왜. 좀처럼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님의 정신이 들어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제 서서히 부담스럽기도 한다. 좋지 않는 습관을 고쳐야 하는 것은, 나를 물 흘러가듯이 가만 두어서는 안 되고,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부담인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자. 예수님의 정신을 외치면서.

<한경닷컴 The Lifeist> 고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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