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삐~ Z세대, 광고 마지막 컷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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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전용 브랜드 'Y' 알리려한 기업의 브랜드 광고 시리즈가 공개 2개월 만에 유튜브 누적 조회 수 710만 회를 넘겼다. 일반 브랜드 광고가 유튜브 업로드 후 한두 달간 조회 수 수천 회를 넘기기도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KT가 20대 전용 브랜드 ‘Y’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 ‘Y드립 시네마’ 얘기다. LG유플러스의 20대 전용 브랜드 ‘플’ 광고도 공개 한 달 만에 조회 수 240만 회를 돌파했다.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K팝스타 등이 등장하지 않았고, 참여형 광고란 공통점이 있다. 통신사들이 Z세대(1994~2010년생)를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다.
KT, 소통형 광고 파격 실험
"댓글 달아주면 그대로 찍겠다"
노는 판 깔아주자 Z세대 열광
LG유플러스도 직원이 광고 출연
통신사 고루한 이미지 탈피
내 댓글이 광고가 된다
KT는 지난달 초 광고 두 편을 80%만 만들어 자사 유튜브 공식채널에 올렸다. 영화 신세계, 백두산의 주요 장면을 차용하고 결정적인 장면의 대사를 말 대신 ‘삐’ 효과음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를 댓글로 드립쳐주세요. 저희가 그대로 찍어드리겠습니다’란 공지를 올렸다. 드립은 재치 있는 말장난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노는 판’을 깔아주자 Z세대가 열광했다. 보름 만에 댓글이 1만 개가량 달렸다. KT의 유튜브 채널 외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광고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댓글을 반영해 새로 찍어 올린 광고 완성본에서도 ‘저 댓글, 보자마자 딱 선정될 줄 알았다’ ‘이 댓글이 나올 줄 기대했는데 아니네’ 등 반응이 식지 않고 이어졌다. 이 광고 시리즈는 KT 공식채널에서만 조회 수 674만 회를 기록했다. 광고 제작사인 돌고래유괴단 채널 등을 합치면 누적 조회 수가 710만 회에 이른다.광고 내내 KT의 기업명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브랜드 슬로건을 읊는 내레이션도 없다. 서양수 KT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담당 차장은 “기성 통신 대기업이라는 이미지 대신 재미, 자유, 소통 등 Y가 지향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홍보하는 게 목표였다”며 “이용자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논리 대신 ‘원하는 것 그대로’
LG유플러스가 지난달 공개한 20대 전용 브랜드 플 광고도 비슷하다. ‘자취방에 찾아와 요리를 해달라’, ‘대학 정문 앞에서 같이 춤을 추자’, ‘월미도 바이킹 놀이기구를 나 대신 타달라’ 등 댓글 내용을 한 연예인이 그대로 들어준다.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묻지 않고, 해당 ‘미션(임무)’은 그대로 광고 콘텐츠로 제작된다. 이 광고 시리즈는 공개 약 한 달 만에 조회 수 242만 회를 넘겼다.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사내 마케팅 담당자들이 직접 출연해 댓글 내용을 실천하는 내용의 2차 광고를 만들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Z세대는 자신의 소신이나 의견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게 특징”이라며 “Z세대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소통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두 통신사가 이런 파격 전략에 나선 것은 차세대 소비권력으로 부상한 Z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Z세대는 자유로운 소통, 특이함 등을 추구한다. 유명세나 자기 맞춤형 콘텐츠에 주로 반응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와 다른 점이다.
한 광고 제작사 관계자는 “주로 신뢰와 안정성을 강조해온 통신사 이미지가 Z세대엔 자칫 고루해 보일 수도 있다”며 “독특한 것에 Z세대가 반응이 빠른 만큼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