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통금에 손님 반토막"…택시기사는 나홀로 운전 중

대당 月매출 227만원으로 뚝
"오후 11시~새벽 1시 대목은 옛말
홍대·이태원에 사람이 없어요"
“새벽 1시까지 아무도 없는 거리를 운전하다가 퇴근합니다. 이 시간대가 가장 손님이 많을 시간이었던 게 까마득한 옛날 같아요.”(서울 개인택시 운전기사 조모씨)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식당, 카페 등의 오후 9~10시 이후 영업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택시업계가 극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조치를 속속 단행하면서 “낭떠러지 끝까지 밀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택시 손님 절반 넘게 줄어”

수도권을 기준으로 오후 9시부터 영업을 제한하는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처음 도입됐던 건 지난해 8월이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던 적이 있지만, 대체로 식당 등의 영업시간은 늦어야 오후 10시까지로 고착화한 상황이다.

지금은 서울 홍익대와 이태원 등 번화가에서도 심야 시간대에 택시 손님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83년부터 택시를 몰고 있는 조모씨(70)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밤 시간대 손님이 줄긴 했지만, 이달 거리두기 4단계 도입 이후로는 정말 아무도 없다”며 “예전 같으면 본격적인 택시 장사는 오후 11시 이후부터 시작됐고, 밤 12시가 넘으면 할증으로 수입이 훨씬 많아졌는데 지금은 영업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티머니가 2019년 발표한 ‘서울 택시 리포트’에 따르면 그해 택시 이용 건수와 이용 금액은 모두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에 가장 많았다. 서울의 시간당 평균 택시 이용 건수는 4만8000건이었는데, 오후 11시부터 밤 12시까지는 6만1809건,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는 6만2635건으로 평균을 한참 웃돌았다. 시간당 총 이용 금액도 오후 11시~밤 12시는 6억1000만원, 밤 12시~오전 1시는 7억원으로 평균인 3억800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택시기사들은 “택시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동인구”라고 입을 모은다. 택시기사 이모씨는 “3인 이상 모임 제한으로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 체감상 손님 수는 평소보다 5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매출은 2019년 대당 월평균 335만원에서 2021년(1~6월) 227만원으로 32.3%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택시기사에게 50만원(개인)과 80만원(법인)의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어려움 가중시킨 규제 환경

모빌리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해 당사자 반발을 의식해 택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차일피일 미뤄온 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에서 속속 도입하고 있는 ‘택배 택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경영난에 처한 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 10월 택시가 택배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한 택배 택시를 전면 도입했다. 독일에선 택시기사가 배달 대행은 물론 생필품 배송, 구매대행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지난해 6월부터 도입 여부가 검토됐지만 화물 및 퀵서비스업계 반발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승차공유, 카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는 와중에 택시업계가 경쟁과 혁신보다는 생존권을 앞세운 집단행동으로 일관했던 게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택시업계가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다 보니 경쟁과 혁신이 사라졌다”며 “정부도 이해 관계자에 밀려 택시업계의 신산업 진출을 제한하기보다 변화와 쇄신을 유도하는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