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더 미뤄진 테이퍼링? 8월 잭슨홀은 그냥 지나갈 것이란 예상

28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시장엔 관망세가 지배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을 강조하면서 테이퍼링 시기를 좀 더 미루지 않겠느냐'는 기대 속에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세 곳의 기업이 합쳐서 570억 달러에 달하는 2분기 순이익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이날 알파벳은 3.18% 올랐지만 MS는 0.11%, 애플은 1.22% 내렸습니다). S&P 500 지수의 경우 전날 종가(4401.46) 주변을 맴돌았죠. 10년물 금리도 전날 종가(연 1.24%)보다 살짝 높은 연 1.25~1.25% 선을 지켰습니다.

모든 투자자가 FOMC를 주목한 건, 지금의 금융시장 여건을 Fed가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통상적인 16~18배를 훨씬 넘는 22배에 달하는 건 Fed가 금리를 낮춰놓았기 때문입니다. 낮은 금리 때문에 채권보다 주식에 돈이 쏠리면서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것이죠. 그리고 이런 높은 밸류에이션이 유지되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되어야 하겠지요.오후 2시 FOMC 성명서가 발표되자 주요 지수와 금리가 소폭 올라갔습니다. 성명서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작년 12월 위원회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경제가 이러한 목표를 향해 진전(progress)을 이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진전'은 있지만 아직은 테이퍼링 조건인 '상당한 추가 진전'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회의들(in coming meetings)에서 진전 정도를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FOMC 회의는 이제 9월(21~22일), 11월(2~3일), 12월(14~15일)이 남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회의가 아니라 회의들"이라며 "9월은 아닌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회의들', 즉 FOMC이기 때문에 8월 말 세계 중앙은행장들의 비공식 모임인 잭슨홀 회의에서도 구체적 단서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날 FOMC의 결정에는 반대표가 없었습니다. 11명의 FOMC 멤버 가운데 파월 의장의 비둘기 노선을 따르는 6명의 이사와 '비둘기'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 외에 토마스 바킨(리치먼드), 라파엘 보스틱(애틀랜타), 메리 데일리(샌프란시스코), 찰스 에번스(시카고) 등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도 모두 찬성한 겁니다. 특히 바킨과 보스틱은 약간의 매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데도 그랬습니다.
파월이 기자회견 시작하자 주요 지수는 한 번 더 뛰었습니다. '슈퍼 비둘기' 파월을 지지하는 듯 말이죠.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시점에 대해 Fed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금리 인상 시점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델타 변이 등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은 단기로는 높아지겠지만 중기로는 낮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이언 스웽크 그랜드손튼의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네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① Fed는 아직 금리 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② 미국 경제는 진전이 있지만, 아직 갈 갈이 멀다
③ 델타 변이는 지켜보고 있지만,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④ 인플레이션은 지켜보고 있지만,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파월 의장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테이퍼링

-테이퍼링 시점에 대해 Fed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고용시장은 계속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남았다. 700-800만 명이 아직 실업자로 남아 있다. 강력한 고용 수치를 보길 원한다.-테이퍼링을 하면 모기지증권(MBS)과 국채를 아마도 같이할 것 같다. MBS 구매가 전반적인 완화적 접근 외에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수 위원이 MBS 매입에 대해 논의를 했다. 하지만 국채보다 MBS를 먼저 축소하자는 아이디어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었다. (Fed는 현재 매월 국채 8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MBS 매입이 집값 상승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MBS 매입부터 줄이는 ‘2단계 테이퍼링’ 가능성을 거론해 왔습니다)

◆금리 인상

-금리 인상을 고려할 시점 근처에 가지 않았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테이퍼링을 하기 전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목표 2%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몇 달 동안 지속하였으며 목표를 향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믿기 전까지 몇 달 동안은 확실히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표가 예상보다 높지만, 경제 전반이 아니라 자동차 호텔 등 몇 개 카테고리에 몰려있다. 그래서 그게 유동적(플렉서블)인 것이다.
-단기로는 높아지겠지만 중기로는 낮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언제 이런 압력이 완화될지는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상당하게 높아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델타 변이의 영향

-새로운 코로나 웨이브(재확산)가 올 때마다 경제적으로는 조금씩 영향이 덜하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고 가상으로 일하는 등 적응하고 있다. 우리는 델타 변이의 경우 그러할 지 보게 될 것이다. 확실히 무리한 기대는 아니다.

-아마도 심각한 경제 봉쇄는 없을 것이다.

-델타가 고용시장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어 감시하고 있다.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크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영향이 있을 것이고 경제 회복을 몇 달 동안 지연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채권 금리 낮아진 이유(너무 긴축하는 거 아닌가)

-채권 시장에 정말 컨센서스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장기 금리가 많이 내려왔고 실질 금리가 낮아진 것은 델타 변이 확산의 영향과 성장에 대한 우려, 투기적 거래, 그리고 기술적 요인도 있다. Fed에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에 신뢰 부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외에도 이날 날카로운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파월 의장이 말을 여러 번 더듬는 등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스티브 리스먼 CNBC 기자가 "상당한 추가 진전의 구체적 기준이 뭐냐"는 캐물은 겁니다. 모호한 표현이 아닌 정확한 수치가 있다면 테이퍼링 시점의 예측이 가능하니까요.

이에 대해 파월은 특정한 수치가 있는 것 아니라면서 최대 고용 목표를 강조했습니다. 최대 고용과 관련된 강력한 고용 수치, 고용참여율, 임금 수준 등을 언급하면서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이 상당한 추가 진전의 요건으로 고용 지표만을 언급한 걸 보면 테이퍼링을 하려면 향후 일자리 창출, 실업률 하락 등 고용 사정이 뚜렷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은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과 관련 "일시적이란 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파월은 이에 대해 "물가가 오른 게 시간이 흐르면 다시 거꾸로 내려간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가격 인상이 발생하지만, 인상이 멈춰지는 것을 말한다. 즉 얼마 동안 이어지는 게 아니라 템포러리(temporary)라고 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시적이 아닌' 인플레이션은 올해 오르고 다음해 오르고 또 다음해 오르고 그런 일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Fed는 상설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창구인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SRF)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은행들이 돈이 필요하면 국채 등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갈 수 있는 창구를 상시적으로 만드는 겁니다. 또 해외 중앙은행들을 위한 'FIMA 레포'를 함께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Fed 일부에선 스탠딩 레포에 대해 '지속적 양적완화'라며 반대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를 임시로만 운용해왔죠.

월가 관계자는 "테이퍼링을 앞두고 시장의 유동성 감소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테이퍼링 등 긴축을 시스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파월 의장의 델타 변이의 영향에 대한 언급도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테이퍼링을 미루려면 하방 위험을 강조해야 하는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은 대부분 이날 혼조세를 보이었고 주요 자산의 가격은 대부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다우는 0.36% 내렸지만, 나스닥은 0.70% 올랐습니다. 그리고 S&P 500지수는 0.02% 약보합세를 보였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소폭 낮아진 1.2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2년, 5년 등 단기물 금리는 FOMC 직후 치솟았다가 다시 전날 수준으로 복귀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매우 혼란스러웠던 FOMC"라고 평가했습니다. 테이퍼링이 예상대로 시행될 지, 늦춰질 지 헤깔린다는 얘기였습니다.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와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FOMC 발표 이전 54.4%에서 62%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반면 2023년부터 예상되는 기준금리의 인상 횟수는 조금 줄엇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