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디지털과 코로나 시대에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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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어릴 적 본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대부분 화성에서 온 생명체로 묘사되고 있다. 머리가 크고 긴 다리가 여러 개 붙은 문어 모습이다. 영국 작가 웰스가 1898년 발표한 '우주전쟁'과 이 소설을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한 1953년 작 '우주전쟁'에서 지구를 침략하는 화성인 역시 큰머리와 가는 여러 개 다리를 가진 희한한 문어 모습이다. 고도로 발달한 두뇌에 비하여 몸은 안쓰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코로나는 지구촌의 축제를 막을 수 없다. 한국 학생들이 커진 체격 만큼 체력도 좋아져야…
2006년 미국에서 개봉한 ‘Idiocracy’는 ‘Idiot(바보·멍청이)’와 ‘Democracy(민주주의)’의 합성어이다. 바보들만 남은 세상이란 뜻이다. 2005년 미국은 군부대 안에서 비밀 실험 중 냉동인간이 된 주인공은 500년 후인 2505년의 어느 날 긴 잠에서 깨어난다. 깨어난 세상에 사람들은 모두 바보가 돼 있었다. 모든 게 자동화돼 인간은 머리 자체를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것들에만 반응하며 고차원적 사고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소파에 앉아 감자튀김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생각도 안하고 육체적 활동이 거의 없이, 운동도 안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현재 한국의 학생들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여 걱정이다.
공시된 2019학년도 학생건강체력평가 결과를 보면 초중고생 모두 최상급인 1등급과 2등급 비율은 줄고 4등급과 최하등급인 5등급 비율은 늘었다. 체력평가에서는 심폐지구력, 근력·근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체지방 등을 측정하며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 뒤 점수대에 따라 5개 등급을 부여한다.
해마다 학생들의 키, 체중 등 체격은 좋아지나, 반대로 체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앉아서 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고 운동량도 부족한 게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농경사회와 산업화 초기 시절, 즉 기계보다 사람의 힘이 국가 노동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시기에는 생산인력의 평균적인 체력이 곧 국가의 생산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반대로 산업 발달이 진행되고 난 이후에는 이 흐름이 역방향으로 적용되는데, 국력이 강하면 인프라와 전체적인 생활 수준이 올라가 국민의 체력도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학업을 마치고 사회진입 후에 청장년과 노인은 건강유지를 위하여 자발적인 생활운동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청소년에게 운동은 심신(心身)을 단련한다. 육체는 물론이고 좋은 정신을 갖도록 하는데 운동만한 것이 없다. 숨이 끊어질 정도의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긍정적인 생각,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올바르고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준다.그리고 축구 등 단체로 하는 운동은 협동 정신과 사회성을 키워준다. 꾸준한 운동을 하면 자살률도 삼 분의 일로 줄어든다는 의학계 연구보고도 있다.
초중고 등 청소년에게 운동 또는 생활체육은 어떤 과목의 공부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다수 학생은 운동장과 산과 들을 신나게 다니는 것보다 스마트폰과 게임기 앞에서 손가락과 ‘눈알’ 운동에만 열중하는 시대가 되어 안타깝다.
▲ 올림픽 정신, 태권도 노골드는 전 세계 현지화 방증
뉴스를 보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 밭이라 했던 태권도에서 하나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노골드 수모’라고 제목을 뽑았는데 공감하기 어렵다.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태권도가 그만큼 전 세계에 폭넓게 보급된 정도를 넘어 현지화 한 것에 대하여 뿌듯하게 생각하자. 그리고 힘든 긴 과정을 거쳐 출전 자격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공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기량을 발휘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선서에도 올림픽 정신은 금메달이 아니다.
올림픽 표어는 라틴어로 Citius, Altius, Fortius이며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라는 뜻이다. 일부 올림픽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백색인종의 체력 등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하여 만든 서방세계의 의도된 행사라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모인다는 행사 자체로도 지구인에게 의미 있는 축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너무 상업화되었고 유치하려는 나라들과 위원회가 모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올림픽이 당초 취지의 순수성을 잃어간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모두가 올림픽 정신으로 돌아가 유일한 지구 축제를 잘 보전,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76년 8월 한여름 복잡한 버스 안에서 양정모 선수가 레슬링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딴 소식을 접한 기억이 생생하다. 45년전 일이다.
한국은 그 후 엘리트 체육에 많은 투자를 했고 국력 상승이상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이루어냈다. 온 국민이 가슴 조이며 한마음으로 응원하였다. 금메달을 딴 선수의 집에서 하는 부모와의 인터뷰를 연속해서 방송했다. 올림픽 메달에 인생 전부를 건 선수가 승리하여 또는 패해서 매트 바닥에서 통곡하는 모습은 조금 지나치긴 했지만, 한국인들은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고 안타까워했다.
냉전 시대에 동독 등 공산권 국가는 특별병기를 만들 듯 선수들을 조련하였다. 한국도 그에 못지않게 한동안 군사 훈련처럼 엘리트 체육에 몰두했다. 많은 비난이 따랐고 지금은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다. 현재 영국, 일본, 중국, 한국 등 정도가 올림픽을 위한 집단훈련선수촌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도 메달을 딸 가능성이 큰 양궁 등 인기종목에는 비인기 종목보다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에 차별은 있지만, 생활체육 비중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하면 각 지역, 단체별로 자생적인 아마추어팀이 많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재능이 탁월한 선수들은 엘리트 코스를 통하여 집중하여 지원할 수 있다. 생활체육 활성화에 도움도 되고 올림픽을 통하여 국위 선양도 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스마트폰과 게임에 몰두하여 체력을 길러야 할 청소년들에게 운동을 접할 좋은 동기부여의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운동부족으로 문어처럼 머리만 있는 흉측한 인간의 모습은 아니지만 체격만 크고 체력은 부실해서는 좋을리 없다.
디지털 시대, 사차 산업혁명 시대에 건강한 육체를 가진 청년들이 건전한 사고와 창의적 사고로 세상을 주도할 수 있다.관중 없는 올림픽을 보자니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 코로나바이러스에 인간이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마당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장난스럽고 저질 수준의 자막 등 자료로 참가국을 소개한 모 방송사의 있을 수 없는 행태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열리는 지구촌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가 일본이니 이것도 ”반일“ 프레임으로 몰려는 의도가 일부라도 있었다면 저질 방송사고와 더불어 심각한 문제다. 나아가 한국 전체 방송 수준과 한국의 위상에 먹칠한 일이다.
모쪼록 남은 기간 참가한 모든 나라의 젊은이들이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좋은 교류의 장이 되길 바라며 한국 선수들의 건강과 선전을 기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인의 축제를 막을 수 없다.<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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