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마겟돈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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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최근 영국 버진 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상업용 우주선에 탑승(6명) 하여 무중력 여행을 마치고 귀환했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뉴 셰퍼드'로켓을 타고(4명) 우주탐사 여행을 다녀왔다. 베이조스는 "막상 위로 올라가 보면 지구 대기는 믿기 힘들 만큼 얇고 아주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대기를 훼손시키고 있으며 그것을 머리로만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구는 핵 전쟁, 기후변화, 바이러스 오염으로 많은 몸살을 앓아 왔고 점점 인내하기 힘든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때 먼 우주에서 지구의 상처를 정확히 응시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 소중한 지구가 죽지 않도록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영화 <아마겟돈(Amageddon), 1998>에서 엄청난 크기의 행성이 지구로 돌진하자 굴착 전문가들을 행성으로 보내 핵폭탄으로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간신히 지구를 구하게 된다. 영화는 언젠가 닥칠 수 있는 지구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독선적이고 비전문가적 정책으로 코로나19 백신조차 구하지 못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방치한 과오를 재발하지 않으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정직한 통찰력과 선제적 실행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겟돈: 요한계시록 16장에서 악마가 거느린 지상의 왕들과 신이 벌이는 최후의 전쟁으로 지구의 종말을 의미한다. 아마겟돈이라는 이름은 구약성서에서 몇 차례 중대한 전투가 벌어졌던 '메기고'라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결정적인 전투나 충돌이 벌어지는 장소를 가리킨다]<영화 줄거리 요약>
우주에서 우주왕복선이 인공위성 수리 중 갑자기 쏟아진 운석 무리에 파괴되고 운석은 지구로 떨어져 난리가 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미 국방성 우주 사령부에서는 텍사스 크기의 행성이 시속 22,000마일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고 이를 막지 못하면 지구는 박테리아조차 살아남지 못할 멸망에 이르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마지막 방법은 최고의 굴착 전문가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 팀을 우주로 파견하여 소행성의 중앙에까지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심고 폭파시켜 행성을 분리 후 지구를 피해나가게 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작전 전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난관을 만나면서 시시각각 멸망의 순간이 다가오게 된다.<관전 포인트>
A. 국방성의 최초 계획은?
행성에 굴착 작업을 할 8명의 일류 비행 조종사를 선발하여 그들에게 굴착기술을 가르쳐 우주로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막상 30년간 지구상 모든 곳에서 굴착 작업을 지휘한 해리의 의견은 단기간에 굴착기술을 배워 행성에 구멍을 뚫는 것은 불가능하고 20년간 같이 팀워크로 일한 그의 팀원들이 직접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사령관을 설득하고 중구난방의 팀원들을 단기 훈련시켜 로켓에 탑승하게 된다.
B. 지구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장도는?
행성은 18일 후 지구에 접근하게 되기에 그전에 2대의 우주선을 발사시켜 행성에 899피트 깊이까지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집어넣고 폭발시켜 행성을 두 조각으로 분리시켜 지구를 비켜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독립호(인디펜던스)는 운석에 맞아 추락하고 자유호(프리덤)는 아철산염이라는 철판 지형에 불시착하여 시추작업에 엄청난 난관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추락했던 독립호에서 살아남은 AJ(벤 애플렉 분)를 비롯한 대원 3명이 해리가 지휘하는 대장팀에 합류하면서 큰 용기를 내게 된다.
C. 우주선이 발사되기 전 미국 대통령이 한 감동적인 연설은?
"오늘 밤 이자리에 선 것은 나라의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인류의 한낱 일원으로 섰습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역사상 최초로 인류는 그 종말을 막을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종말의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조치는 취해졌습니다. 또한 과학이 이루어낸 모든 업적, 우주를 향한 모든 고군분투, 심지어는 전쟁까지도 우리에게 이 끔찍한 재난을 피할 도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타 동물과 다른 것은 바로 용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인류 전체의 소망과 함께 우주로 가는 용감한 영웅들에게 하늘의 가호와 행운을 빌어 주십시오."라며 가장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게 호소한다.
D. 굴착에 성공하게 되는 계기는?
대장인 해리 팀이 착륙한 곳은 철판 지형이라 시추봉이 부러지고 급기야 가스층이 폭발하면서 대원까지 잃게 된다. 우주선 조종사 샤프 대령은 실패 상황을 지구에 보고하자 나사는 당장 핵폭탄을 터뜨리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만일 행성 표면에서 핵폭탄이 터지면 불꽃놀이 수준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해리는 총까지 들이미는 샤프 대령에게 "하늘에 맹세코 반드시 시추를 성공시키겠다'라고 설득하여 작동된 핵폭탄을 정지시키고 시추에 돌입한다. 추락한 줄 알았던 독립호의 AJ 팀이 목표의 800피트를 뚫는데 성공하고 핵폭탄을 심지만 지진으로 원격 발사 장치가 고장이 나고 만다.
E. 진정한 희생정신과 가족의 사랑을 보여준 장면은?
핵폭탄 원격 발사 장치가 고장이 나서 누군가 한 사람이 남아 수동으로 폭발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결국 AJ가 뽑히게 된다. 그러나 해리는 자신의 딸이 사랑하는 AJ를 살리기 위해 배웅하는 길에 AJ의 산소 연결선을 빼서 모선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이 발사 현장으로 대신 내려간다. 해리는 마지막 영상통화에서 "그레이스 네게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못 지킬 것 같구나. AJ 내 딸 잘 부탁한다. 그게 네 몫이다. 널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레이스와 결혼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라고 하면서 "이별을 고한 후 스스로에게 "최후를 맞기엔 아주 멋진 곳이군"라며 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폭파 버튼을 누르고 눈을 감는다. 핵폭발로 양분된 소행성은 지구를 4백 마일 비껴나갔으며 조각들은 대기권에서 기화되며 전인류는 영웅들의 희생 속에 주어진 또 한 번의 삶(평화, 희망, 생명)을 허락받게 된다.<에필로그>
SF 영화의 명작 <인터스텔라, 2014>에서도 지구를 남용한 결과로 충격적 기후재난에 지구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나사를 비롯한 마지막 리더들이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아 나선다. 우주와 우주 간의 엄청난 시간과 공간을 웜홀이라는 길을 통해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인류는 멸망 직전 회생하게 된다. 최근 뉴욕 타임지는 <지금 당장의 묵시록(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세상의 종말)>이라는 칼럼에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기후 재앙(미국 오리건주의 대형 산불, 독일의 살인적 홍수,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1000년에 한번 올 확률의 폭우, 시베리아의 한국보다 넓은 면적을 태운 불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류는 묵시록이 현실화되기 전에 지구를 잘 보존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터전을 준비하는 우주 탐사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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