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가난·코로나' 뚫고 도쿄 밟은 기니 여자 레슬러 카마라

기니, 도쿄올림픽 '불참→참가' 번복…개막식 당일 도쿄로 출발
특별취재단 = "올림픽은 항상 꿈이었습니다.모든 것은 신께서 관장하십니다.

용기를 잃지 말아야죠."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서아프리카 빈국 기니에서 여성이 스포츠 선수로 활동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국가는 물론 가족으로부터 물질적인 도움을 바라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장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가난과 주변의 편견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훈련 부족의 난관을 이겨내고 도쿄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기니 출신 여자 레슬링 57㎏급 파투마타 야리 카마라(26)의 사연은 눈물겹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카마라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던 23일 우여곡절 끝에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의 빈민촌 함달라예에서 사는 카마라는 14살 때 레슬링을 하던 군인들의 눈에 띄어 엉겁결에 레슬링에 입문했다.레슬링이 스포츠 종목이라는 것도 몰랐던 카마라는 가족들을 설득한 군인들 덕분에 선수로 변신했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레슬링에 푹 빠지게 됐다.

카마라는 당장 여자가 스포츠 선수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역 사회와 친척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딸을 지원하고 나섰다.

카마라의 어머니는 딸이 레슬링을 통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탕과 달걀을 파는 노점상을 하면서 딸의 뒷바라지에 집중했다.학교까지 그만두고 레슬리에 매달린 카마라의 우승 메달은 늘어났지만 그것이 당장 돈이 되지는 못했다.
카마라는 올림픽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행스럽게 세계레슬링연맹의 보조금을 받게 돼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쉽지 않은 장애물이 카마라를 덮쳤다.

모로코에서 훈련하던 카마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려 10개월 동안 운동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훈련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기니로 돌아가야만 했다.

함께 훈련하던 동료들도 뿔뿔이 헤어졌다.

그래도 카마라는 아프리카·오세아니아 지역 올림픽 예선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마침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카마라의 올림픽 티켓 확보는 기니에서도 큰 화제가 됐지만 기니올림픽위원회는 그를 도쿄로 보낼 예산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기니는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수 보호를 명목으로 올림픽 불참까지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이유였지만 실상은 기니 정부가 선수단을 도쿄올림픽에 보낼 예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카마라의 꿈이 사그라지려던 순간 기니 정부는 하루 만에 불참을 번복하고 선수단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정부의 불참 소식에 국민 여론이 급속하게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카마라를 포함한 5명의 선수가 '올림피언'이 될 수 있었다.

카마라의 감독과 세계레슬링연맹은 기니 정부가 비행기표 값을 내지 못할 것에 대비해 대납해주겠다고 나섰고, 결국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던 날 카마라는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우여곡절 끝에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카마라는 8월 4일 여자 레슬링 자유형 57㎏급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