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밸류체인으로 본 비즈니스 기회 [삼정KPMG CFO Lounge]

[한경 CFO insight]

황재남 삼정KPMG 에너지산업 리더(부대표)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에너지 전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수소가 에너지원으로서 주목받은 게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세계 각 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면서 탄소를 대체할 수단으로 요즘 더욱 각광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수소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수소전략(EU Hydrogen Strategy)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중국 등 많은 국가가 수소경제에 비전을 발표하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그 이후로 후속 대책 수립, 핵심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수소경제’란 무엇일까.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수소가 국가경제, 사회전반, 국민생활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를 말한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바로 이 수소경제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수소경제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바뀔 때마다 산업적 전환도 함께 이뤄졌다. 산업적 전환의 시기마다 어떤 업계는 성장한 반면 다른 몇몇 산업은 쇠퇴했다.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바뀌는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수소경제 시대 기업들은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는 어떤 시장에 주목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수소경제 밸류체인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보자. 수소경제 밸류체인은 수소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으로 구성된다. 회색수소부터 녹색수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료와 방식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된 수소를 적합한 용기에 저장하여 운송함으로써 수소 충전소나 활용처에서 최종적으로 사용한다.

수소 생산단계에선 청색수소(수소 생산 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한 수소)와 녹색수소(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나 각 국가와 기업은 청색·녹색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청색수소 생산량이 확대되면 포집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증가하는데, 미국과 EU,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에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해 녹색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수전해설비시스템 국산화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수소저장 단계에선 대용량 수소 저장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액화수소 시장도 주목받는다. 액화수소는 말 그대로 액체 상태의 수소다. 수소는 상온, 대기압에서 기체로 존재하는데 기체수소는 액체수소보다 부피가 약 800배 정도 크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액화수소 플랜트 및 핵심 설비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GS칼텍스, SK E&S, 효성중공업 등 에너지 및 중공업 기업을 중심으로 액화수소 플랜트 설립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수소 활용이 보편화되면 운송 수요도 증가한다. 고압 기체를 운송할 수 있는 수소 튜브트레일러 시장의 성장도 예상된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최대 수송용량이 340㎏으로 정부의 2020년 하반기 수소충전소 1일 처리용량 목표인 500㎏에 한참 못 미친다. 수소충전소에 충전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운송하려면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두 번 왕복해야 한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대용량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노리고 엔케이,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수소충전소 확충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이동식 수소충전소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이미 일본에서는 상용화됐다. 일본에선 약 100여 개소의 수소충전소 중 39개소를 이동식으로 운영 중이다. 국내 역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2기를 제작해 하반기에 서울시에서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22년 4월까지 이동식 수소충전소 설계제작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수소의 활용 분야는 수송용, 산업용, 건물용, 발전용 등 다양하다. 수소 승용차 시장과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는 국내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소 상용차 시장, 수소 연료 추진선 시장, 수소환원제철 시장 등 다양한 시장이 커지고 있고, 각 시장을 선점하고자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와 독일 다임러는 수소 트럭 개발을 위해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일본 도요타는 미국 상용차 업체 켄워스(Kenworth)와 협력해 수소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 트럭을 스위스로 수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2030년까지 데모플랜트 가동, 2040년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정했다. 수소경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산업적 전환시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곧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다는 뜻이다. 탄소에서 수소로의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지금 시장에선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들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산업적 전환의 시기를 발판삼아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을 선점하고 선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