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독립운동가'에 일장기 지운 이길용·송진우·여운형 선생

국가보훈처는 이길용·송진우·여운형 선생을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보도한 '일장기 말소사건'의 실행자와 언론사 책임자로 암울한 시기에 민족정신을 일깨운 역할을 했다. 1936년 8월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던 손기정은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 29분 19초의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손기정의 쾌거는 "조선의 청년이 세계를 제패했다"라는 긍지이자 희망이었다.

시상식에서 월계관이 수여되는 순간 '기테이 손'이라는 일본식 이름이 호명됐고, 일장기가 게양됐다. 우승했음에도 손기정은 고개를 떨궜고 훗날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시상식'으로 불리게 됐다.

일제와 일본어 발행 신문들은 '손 기테이'를 일제히 칭송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체육부장이던 이길용 선생은 미술 담당인 이상범 기자와 함께 손기정 가슴의 일장기를 지웠다. 이후 이길용과 이상범 등 5명은 종로경찰서로 끌려가 모진 고문과 구타로 곤욕을 치렀고, 일제의 압력으로 강제 면직됐다.
동아일보 사장을 지낸 송진우 선생은 일장기 말소 사건 이후 1937년 6월까지 10개월간 총독부의 동아일보 정간 협박에 맞섰다.

총독부는 송진우 선생을 비롯한 임직원을 강제 면직시키고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1933년 2월 여운형 선생이 사장으로 부임한 조선중앙일보는 1936년 8월 13일 자에 손기정 선수 가슴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실었다.

이어 자진 휴간을 선언했고, 총독부가 속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운형 선생은 총독부의 타협책을 거부하다 물러났고, 조선중앙일보는 복간하지 못한 채 폐간됐다.

정부는 이길용 선생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송진우 선생에게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여운형 선생에게는 200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이어 2008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