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선수 논란에…"한국에서 '페미니즘' 더러운 단어 됐다"

로이터 "안산 선수 숏컷, 반페미니스트 자극"
BBC "안산 선수, 온라인 학대"
뉴욕타임즈 기자 "온라인 반페미 운동"
29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32강 안산(한국) - 아니마르셀리 두스산투스(브라질). 안산이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02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안산 선수가 숏컷, 여대, 세월호 추모 등을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몰리고, '해명'과 '사과'을 강요당하는 현상에 외신도 주목했다.

29일 로이터 통신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개나 딴 양궁 선수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한국 내에서 '반(反)페미니즘 정서'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안산 선수의 헤어스타일로 촉발된 온라인 논란을 '학대'라고 칭하며 "숏컷 헤어스타일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건 한국 청년들 사이에 고조되는 반페미니즘 정서를 배경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AFP통신 역시 "몇몇 남성들이 안산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그가 페미니스트임을 암시한다'면서, 그들 중 일부는 안산 선수에게 사과하고, 올림픽 금메달 반납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최근 불거진 논란을 전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자 최고의 기술 강국이지만 여전히 여성의 권리에 대한 기록이 좋지 않은 남성 중심 사회"라고 덧붙였다. BBC도 "안산 선수가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BBC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성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분석하며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더러운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 서울지부 켈리 카술리스 조 객원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안산 선수가 짧은 헤어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비난받는데, 헤어스타일이 아직도 특정 그룹 사이에서 논쟁거리일 정도로 반페미니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헤어스타일 하나로 혐오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 뉴스는 "안산 선수는 올림픽 기록을 깨고, 자랑스럽게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성장한 반페미니스트 운동에 의해 비난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안산 선수는 20세로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다. 안산 선수 논란에 앞서 몇몇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스트'를 논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여대에 숏컷은 페미(니스트)"라고 칭해왔다.안산 선수의 프로필 사진이 공개된 후 숏컷 헤어스타일과 재학 중인 학교, 여기에 세월호 추모 배지를 양궁 조끼에 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몇몇 극우 사이트에서 "안산 선수도 페미냐"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에 안산 선수가 과거 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의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웅앵웅', '오조오억' 등은 몇몇 남초 커뮤니티에서 '남혐' 단어로 규정한 것.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서도 수년 전엔 이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여초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라 문제 삼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