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끊겨 4G폰만 출시"…中 화웨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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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P50 시리즈 출시중국 화웨이가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P50'을 결국 4G(4세대 이동통신) 버전으로 출시했다. 미국 제재로 5G(5세대 이동통신) 반도체 칩 부품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 제재로 자체 OS '하모니' 탑재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9일 온라인 행사를 열고 P50 및 P50프로 두 제품을 선보였다. 시스템온칩(SoC)으로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과 화웨이가 설계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맡겨 생산한 기린9000이 섞여 쓰였다. 두 제품 모두 '4G 전용'으로 제작됐다.SoC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NPU(신경망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뎀칩을 한데 묶어 만든 통합 반도체 부품이다.
화훼이는 미국 정부 제재가 계속되면서 최첨단 5G 전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미국 정부는 퀄컴 등의 업체가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4G 전용 SoC를 화웨이에 파는 것은 부분적으로 허락하고 있다.
P50 시리즈에는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하모니'(중국명 훙멍)가 공장 출하 단계부터 운영체제(OS)로 탑재됐다. 이 또한 미국 제재로 인해 구글 안드로이드를 못 쓰는 화웨이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화웨이는 지난달부터 기존 고객들의 스마트폰 제품에 깔린 안드로이드를 하모니로 교체하는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처럼 SoC와 OS에서 고육지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화웨이는 대신 P50의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다. 고급형인 P50프로 후면에는 4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5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3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64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등 4개의 카메라가 장착됐다.
가격은 P50은 4488위안(약 79만 원)부터, P50 프로가 5988위안(약 106만원)부터다.그간 화웨이는 매년 3월에 자사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올해는 미국 제재에 크게 영향을 받아 신제품 발표가 4개월이나 늦어졌다.
미국은 화웨이 통신 장비에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비)가 있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화웨이에 강력 제재를 가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대폭 하락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3300만대로 2019년 4분기(5600만대) 대비 41% 급감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2분기 548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당시 5420만대를 출하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이후 나온 초라한 실적이었다.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3위(1억7000만대)에서 올해는 7위(4500만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