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 '알짜' 골프 자회사 매물로…'빅뱅' 성공 날린 M&A 실패史
입력
수정
[한경 CFO Insight]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YG엔터)가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골프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주력 사업인 음악 및 매니지먼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 수정이다.
이에 따라 YG엔터가 전방위로 펼쳐 온 인수·합병(M&A) 시도도 5년여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 회사의 주요 수입원인 '빅뱅'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뷰티·외식·골프 분야로 동시다발적 M&A를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대부분 청산 혹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하이브 등 연예기획사들의 M&A 전략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YG플러스가 보유 중인 그린웍스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린웍스는 국내 골프 예약 1위 사이트 '엑스골프(XGOLF)'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웍스는 지난해 매출 112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낸 회사다. 인수 시기인 2017년 매출 98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거뒀던 점과 비교하면 큰 성장세를 보이진 못했다.
다만 최근들어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네이버와 연계해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잠정 중단한 후 최근 매각 절차를 재개했다. 카카오VX가 골프예약 시장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 값'을 받기 점점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YG엔터는 2017년 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로부터 그린웍스 지분 100%를 약 315억원에 인수했다. 사내 투자회사격인 YG인베스트먼트와 네이버가 500억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가 165억원을, YG플러스가 나머지 150억원을 출자해 인수 대금을 마련했다.
회사는 "최근 음악, MD 등 주력사업인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과 향후 사업전략 등을 고려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다각도 검토를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M&A '흑역사' YG엔터…돌고돌아 본업 '집중'YG엔터가 그린웍스를 인수한 2017년은 회사의 'M&A 황금기'였다. 빅뱅의 인기에 걸맞게 외부 투자 제의도 물밀듯이 밀려왔다. YG엔터는 2014년 루이비통(LVMH)그룹 계열 PEF인 L캐피탈로부터 8000만달러(약 9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2017년엔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1000억원까지 유입되면서 실탄이 넘쳤다. 서울 홍대 근처의 본사 사옥까지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올랐던 때다. 그야말로 손 대는 것마다 성공했다.
사내에 현금이 쌓여가다보니 투자은행(IB)·PEF 관계자들도 앞다퉈 YG의 경영진과 접촉을 하고 싶어했다. YG도 '캐시카우'였던 빅뱅이 군입대를 앞둔 시점이어서 실적이 들쑥날쑥한 매니지먼트 사업을 대체할 안정적 신사업 진출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런 모든 상황이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동시다발적'인 M&A가 이어졌다. 2014년 보광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휘닉스홀딩스를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지금의 YG플러스다. 같은 해 화장품업체 코스온으로부터 코드코스메인터내셔널을 50억원에 사들여 '문샷(Moonshot)' 브랜드를 런칭했다. 뷰티브랜드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연예 매니지먼트 업을 총괄했고, 동생인 양민석 대표이사는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도맡으며 역할을 분담했다. 2015년엔 CJ그룹 출신인 노희영 씨와 협업해 자회사 YG푸즈를 세웠다. 외식업(F&B)에도 발을 들인 것이다. 삼거리포차, 삼거리푸줏간, 더스카이팜, YG리퍼블리크 등 먹거리 브랜드를 내놓았다. 사내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인 YG인베스트먼트까지 두면서 직접 금융투자업에도 뛰어 들었다. 이외에도 카페, 모델에이전시, 의류사업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신사업을 꾸리기 시작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처음 골프 사업을 뛰어든 시기도 2015년이었다. 당시 자회사인 YG플러스를 통해 ‘지애드커뮤니케이션’을 60억원에 매입한 뒤 YG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그린웍스 인수를 단행한 데 이어 골프장 인수에까지 기웃거리며 사업 확장 기회를 노렸다.
'승리 사태'로 '휘청'...투자자들 빚상환 요구까지
하지만 이런 확장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빅뱅'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M&A들은 본업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9년 초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 씨가 '버닝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회사의 주가는 고꾸라졌다.
위기를 신사업이 받쳐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 YG엔터의 M&A 성적표는 초라하다. 화장품 브랜드 '문샷'은 매년 적자를 내다가 최근 코스맥스로 양도됐다. 사실상 원금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YG푸즈는 지난해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경영진인수(MBO)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청산 수순을 밟았다.
투자자들의 빚 상환요구도 쏟아졌다. 그해 10월 L캐피탈은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만기가 도래하자 지분 전환 대신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주식시장에서 'YG엔터의 부도설'이 떠돌던 시기다. YG는 현금 마련에 나섰다. 텐센트 등 주식을 팔았고, 적자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정리했다.하이브 등 엔터사에 '반면교사'
YG엔터의 M&A 실패 사례는 이후 등장한 하이브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하이브는 공모 시기부터 '사업 다각화'가 아닌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M&A를 펴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투자자에 제시했다. 실제로 1조원을 들여 아리아나그란데·저스틴 비버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 인수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BTS의 군입대 공백을 매워야 하는 필요성은 당시 YG엔터와 유사하지만, '미지의 영역' 대신 자신들이 잘 아는 사업에서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정반대 전략을 짠 것이다. 대주주 혹은 친인척이 거래에 개입하기보다 현대자동차 마케팅광고그룹장을 거친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삼일회계법인 딜본부 출신인 박용한 투자전략실장 등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전권을 줬다. YG엔터도 결국 기존 SM엔터·JYP 등 엔터3사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들을 위버스에 가장 먼저 입점시키면서 하이브와 손을 잡았다. 1세대 엔터테인먼트사라는 자존심 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들어 적자 사업부 정리가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데다 블랙핑크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북미시장에 하나둘 정착하면서 최악의 위기도 넘겼다는 평가다. 화려한 M&A 역사를 써왔던 1세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YG엔터도 결국 본업으로 돌아가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