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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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마치 '1인 기업가'처럼 외롭게, 혼자 일을 하다가도, 간혹 특별한 프로젝트를 받아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경우가 있다. 각종 업무에 대한 실무 경력이 많거나 현직 교수들과 모임을 갖고 그룹을 조직해서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할 때가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그럴 때마다 힘든 점이 많이 있지만, 특히 유능한 사람이 게으름을 피울 때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이 굳이 나빠서가 아니라, 성품이나 습관이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자는 게 아니다. 그저 그렇다는 얘기다. 필자 자신도 여러 모로 문제가 많은 사람인 줄 알지만,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응답이 늦다. SNS 시대에 카톡이나 문자, 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는다. 수시로 주고 받는 메신저를 읽지도 않는다. 빨리 처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의견이 오지 않으니, 답답하게 기다리게 한다. 가끔 읽은 표시가 있는데도 응답이 없으면 짜증이 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쁘다. 자신이 급할 때는 난리 법석을 떨면서 남의 일엔 관심도 없는 듯이 처신을 한다.
둘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좋든 싫든, 가부(可否)간에 결정을 해야 할 때, 망설이고 흔들리며, 이리저리 재다 보니 기회를 놓친다. 자상하고 꼼꼼한 건 좋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거나 신중하다 못해 진지해서 별것도 아닌 일로 시간을 끌게 되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윗사람 핑계를 대거나 주변사람을 끌어다 대면서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기 바쁘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공단체에 계신 분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셋째, 반대도 하지 않으면서 동의도 하지 않는다. 회원 또는 멤버로 함께 하자고 참여해 놓고, 나타나지도 않고, 응답도 없고, 의사결정에 표현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함께 일할 마음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급해서 물어 보면, “그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이다. 관심이 있는 건지, 무관심한 건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있는지 궁금하다.넷째, 훗날에 불만이 많다. 일을 처리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을 조율하고 조정해서 결정적인 시행단계에 들어갔을 때, 시비를 걸거나 문제를 제기한다. 사전에 시간을 내고 함께 검토를 해 주고 의견을 제시했으면 그런 일이 없을 터인데, 뒤늦게 나타나서 가타부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때서야 또 맞는 얘기를 한다. 진작에 말을 했거나 의견을 제시했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무관심한 듯 외면하고 있다가 마무리 시점에 와서 갑자기 제안하는 '탁월한 아이디어'로 인해 모든 게 뒤틀리는 상황이 된다.
끝으로,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는 각자의 성격과 성품 예를 들면, 사상체질, MBTI, enneagram, 혈액형 등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바도 없지 않으나, 결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과를 내고 일을 잘 하려면, 성격이나 성품보다 중요한 건 일을 대하는 자세이고 일 처리하는 습관에 달렸다. 이는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의욕이나 이웃을 돕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함께 어울려 일을 해도 힘든 시대와 상황에,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일할 줄 아는 것도 위대한 능력이며 역량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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