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따라와"…삼성 반도체공장 방재 장악한 中企의 비결
입력
수정
74년 역사 국내 최대 소방엔지니어링업체 한방유비스74년 역사의 한방유비스는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최대 소방 엔지니어링업체다. ‘한방’은 재해를 방지한다는 의미가 들어간 ‘한국방재’의 약자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소방설비 설계·시공·감리분야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업계 1위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승계를 이어간 장수기업의 생존능력과 기술력 실적 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월등히 높아 정부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분석이다.
3세 승계 후 매출 71.5%증가…축적된 전문성과 사명감
명문장수기업, 일반기업 대비 매출 고용 8~9배 높아
현대차 GBC, 롯데월드타워, LCT 등 대형빌딩 시장 휩쓸어
창업주인 고(故) 최금성 전 회장은 미군 부대에서 사용하는 소화기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1947년 국내 최초 소방기업인 ‘조선소방기재’를 설립했다. 1957년 자동화재탐지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미군에 납품했으며 1959년엔 국내 처음으로 소화기와 소방호스를 자체 개발해 생산했다. 1960년엔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직접 이 장비들을 시연해보이기도 했다고 한다.최 전 회장의 차남인 최진 현 한방유비스 회장은 1992년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해 소방 설비 설계 및 시공, 감리 분야 매출을 확대했다. 2017년 그의 차남인 최두찬 사장이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이 시작됐다. 매출은 2016년 123억원에서 지난해말 211억원으로 그가 취임한 후 4년 만에 71.5% 급증했다.이 회사는 소방 관련 기술 특허만 29개로 현재까지 서비스를 제공한 건물에서 단 한 건의 인명 사고도 없었다는 점이 큰 성과다.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의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비롯해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부산 해운대 엘씨티, 인천국제공항 등의 소방 설비 용역을 맡아 초고층·대형빌딩 시장에서 강점을 보였다. 경기 평택·화성·기흥, 충남 아산 등 고도의 안전성을 요구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들도 대부분 이 회사가 소방 설비 용역을 담당했다.
"어깨 너머 수십년간 배운 전문성…아무도 못따라와"
최 사장은 기업승계 경영의 최대 강점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소방기업은 단 한번의 작은 실수만 나와도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웬만한 사명감과 전문성 없이는 경영하기 어렵다”며 “대를 이어 배운 기술과 어릴적부터 듣고 익힌 것들이 20년이상 축적돼 전문성 면에서는 누구보다 앞서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방화공학석사 학위 취득 후 미국내 최대 소방 엔지니어링 회사인 RJA(현 젠슨휴즈)에서 7년간 근무했고 재난과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100년기업으로 도약하기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제조혁신 기술을 소방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지난해 대주주 지분을 넘겨 받는 등 기업승계 작업을 마쳤지만 가업 상속 공제 제도와 관련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세금이 너무 커 주택도 담보로 잡아야했고 대출까지 받아야할 정도였다”며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이나 해외법인 출자금 등이 공제 대상에서 빠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수기업 매출과 고용, 일반기업 대비 8~9배 높아
이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인증한 명문장수기업이다. 중기부는 2017년부터 업력 45년 이상으로 사회적·경제적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해 현재까지 19곳이 선정됐다. 중기중앙회가 명문장수기업 중 가업승계 기업 12개를 대상으로 일반 중소기업과 경영 성과를 비교한 결과, 명문 장수기업의 매출은 일반 중소기업보다 약 9배, 고용인원은 약 8배, 연구개발비 비중은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2018년 당시 업력 50년 이상 장수기업 1314개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매출 영업이익이 비장수기업보다 30배이상 높았다.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기업은행 부행장)은 “대다수 중소기업 2세는 사명감이 투철하고 아버지보다 회사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정부도 ‘부의 대물림‘이라는 편견으로 접근하기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과감하게 상속·증여세제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