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퇴직연금에 이것 담았다면…" 80% 넘는 수익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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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퇴직연금 안녕하십니까퇴직연금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상품 선택이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데다 퇴직금이 누적되다 보니 첫 번째 선택이 미래에 큰 차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분산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퇴직연금으로 길게 투자할 때는 글로벌 분산투자를 빼놓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6) 노후자금 불려주는 알짜 상품들
美·中 초장기투자 유망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투자해야 하는 퇴직연금을 해외로 분산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주가가 한국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펀드 시장도 마찬가지다. 퇴직연금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펀드 중 3년 수익률 상위 20개 가운데 13개가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 코로나19를 뚫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지난달 말 기준 3년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메리츠차이나증권 펀드로 143.67% 올랐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성장성 높은 중국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펀드에 자문하는 빈유엔캐피털 관계자는 “미국과의 분쟁이 오히려 중국 내부의 투자 의지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거대한 내수시장, 축적된 기술,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수익률 상위 펀드에 이름을 다수 올렸다. 미국 장기투자 불패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국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지난 40년간(1981년 8월~2021년 7월) 11배 넘게 올랐다.
지난달 말 기준 3년 수익률이 97.58%에 달했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와 같은 기간 81.70% 수익률을 기록한 AB미국그로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는 글로벌 기술주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VISA, 알파벳(구글), 세일즈포스 등 해외 주식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두루 담은 펀드다.
AB미국그로스 펀드는 미국 성장주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등을 주로 담았다. 성장주 중심으로 구성하다 보니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 대비 애플 비중은 낮고 페이스북과 아마존 비중이 높다.
글로벌 분산투자 상품은
마이다스아시아리더스성장주 펀드는 지난달 말 기준 3년 수익률이 75.88%다. 이 펀드는 성장성 높은 아시아 기업에 분산투자한다. 대만 TSMC, 중국 텐센트·BYD, 일본 소니·Z홀딩스, 한국 삼성전자·LG화학 등에 투자하고 있다. 국가별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과 함께 아시아 시장의 성장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본 비중이 약 30%로 가장 높다.같은 기간 삼성픽테로보틱스 펀드의 수익률은 74.63%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픽테자산운용 펀드에 재간접 투자한다. 미국 인텔·알파벳, 독일 지멘스, 일본 니덱 등 로봇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G2이노베이터도 3년간 수익률이 71.52%에 달했다. 글로벌 혁신기업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미국 알파벳, 디즈니 등의 비중이 높다. 같은 기간 61.87%의 수익률을 기록한 IBK켄쇼4.0레볼루션 펀드는 인공지능(AI)으로 종목을 선별하는 게 다른 펀드와의 차이점이다. AI 회사 켄쇼의 기술이 적용됐다.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전기차 충전인프라 회사인 블링크차징 등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 강자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퇴직연금 펀드 중에서는 KTB자산운용의 KTB VIP스타셀렉션 펀드와 VIP밸류퇴직연금 펀드가 각각 3년 수익률 124.82%, 120.94%를 기록하며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에셋코스닥혁신성장 펀드가 83.53%를 기록 중이다.KTB의 두 펀드는 모두 가치투자로 유명한 VIP자산운용이 자문을 맡고 있다. 성장성 높은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중소형주 비중이 크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 지수는 높아졌지만 상승 여력이 큰 개별 기업은 여전히 많다”며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익 성장을 보여줄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수익률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