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의도 적응' 이재명 '反기업 지우기' 이낙연 '호남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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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빅3' 한달 동선에서 드러난 키워드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29일 정치 선언을 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이 기간 윤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소폭 등락을 거듭하는 사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격차를 좁히면서 내년 3월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빅3 체제’를 형성했다. 이들은 지난 한 달 남짓한 기간 공식일정(각 선거캠프 공표)만 총 162개를 소화하며 지지세 확장에 나섰다. 하루 평균 5건에 이르는 강행군이었다.
尹, 정치인과 회동 16건 달해
조언 구하고 세력화 '이중포석'
明, 삼성전자·부산 북항 등 방문
지원 약속하고 동반성장도 당부
洛, 일정 40% 가까이 '텃밭'서
"호남 견인차로 지지율 역전"
이 기간 ‘빅3’의 동선을 보면 각 캠프의 의중이 드러난다. 윤 전 총장은 ‘여의도 정치’ 적응과 국민의힘 당내 세력 확대를 위해 ‘회동 정치’에 주력했다. 이 지사는 언론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경제계 구애’ 행보를 이어갔고, 이 전 대표는 지방 민심을 듣는다는 명분 아래 텃밭인 ‘호남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윤석열, 정치인 만남 최다
2일 각 선거캠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6월 29일 정치 선언을 한 뒤 지난 1일까지 총 38건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 중 정치인과의 회동 등 정치 관련 행보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치 입문 직후이다 보니 정치권 인사와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다. 출마 선언 사흘 뒤인 지난달 1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했고, 다음날에는 곧바로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만났다. 그 다음날인 3일에는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만찬을 했다. 정치권 적응 및 자신의 정치 세력화를 꾀한 윤 전 총장 캠프의 의중이 엿보인다.대중과 교감하기 위한 지방 순회 및 경제 관련 일정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경제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윤 전 총장의 민생 투어 ‘윤석열이 듣습니다’는 첫 일정인 ‘탈원전’ 이후 ‘혁신창업에 도전한 스타트업과 함께’,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 면담’, ‘부동산 중개업자 면담’까지 대부분 부동산·경제 분야에 집중했다. 지난달 11일 부동산 중개업자 면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과 싸울 뿐”이라며 “정부 의지만 있다면 주거 안정과 집값 잡기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반기업 정서 지우기’ 이재명
이 지사는 공정성장 등 자신의 경제 관련 공약을 알리면서 동시에 ‘반기업적’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 일정을 집중했다. 지난 6월 29일 이후 이 지사 선거캠프가 발표한 59건의 일정 가운데 10개가 경제 관련이다. 특히 현역 경기지사라는 점을 활용해 경기도 내 기업을 찾아 메시지를 내는 점이 눈에 띈다.지난달 20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중소기업 동반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달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디지털 대전환에 대비해가는 핵심적인 기업으로 계속 성장하길 기대하고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1일 부산 북항 방문에서는 “부산 북항 재개발을 중앙정부가 더 과감하게 지원해 글로벌 신해양산업의 중심지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방 일정은 이 지사 캠프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고 있는 영남과 호남에 집중했다. 6월 29일 이후 이 지사는 호남을 세 차례, 영남을 두 차례 찾았다. 영남은 이 지사의 고향(경북 안동)이고,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지난달 30일 대구를 찾아 “한국 저항정신의 본산지 경북 출신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 이 지사는 지난 1일 전북도청 기자간담회에선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고 치켜세웠다.
호남에서만 9일 보낸 ‘애향민’ 이낙연
이 전 대표의 동선에서는 다가오는 민주당 본경선을 앞두고 고향인 호남 지역에 대한 ‘올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6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의 65건의 일정을 소화한 이 전 대표는 이 중 24개를 호남(광주 16개, 전남 6개, 전북 2개)에서 소화했다. 33일 중 9일을 호남에서 보냈다는 분석이다.호남은 민주당 권리당원의 약 30%가 몰려 있는 지역으로, 이 전 대표의 고향(전남 영광)이기도 하다. 그는 다섯 번의 국회의원 임기 가운데 네 번을 전남 지역구 의원으로 보낸 뒤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 지사를 추격하는 입장임을 고려하면 ‘안방’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한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자신도 호남 일정에 많은 공을 들였고, 부인 김숙희 여사는 아예 6월 이후로 호남 지역에 상주하면서 봉사활동과 민심 행보를 하고 있다”며 “10월 본경선 전 호남을 견인차로 한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범진/이동훈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