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 지금 잘나가지만…" 한류에 '경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류 '뉴페이스'가 부족하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한류 관련 수출액이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면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게임·드라마·예능 등의 수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상위권 콘텐츠의 인기 편중과 순위 고착화, 순위권 내 새로운 스타와 콘텐츠의 부재 등은 문제로 지적됐다.

K팝 인기, BTS·블랙핑크가 견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3일 이 같은 내용의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관련 총수출액은 101억7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8% 늘었다. 한류로 인한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액은 65억 5400만 달러를 기록해 10.8% 늘었고 소비재 수출은 5.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K팝 오프라인 콘서트 개최 중단으로 음악산업 성장은 주춤했지만, 비대면 콘텐츠 소비 보편화와 글로벌 OTT 유통망 확산으로 게임과 영상콘텐츠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K팝의 인기는 BTS와 블랙핑크가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한류 팬들이 투표한 지난해 최선호 K팝 가수 순위를 보면 방탄소년단(BTS)가 22%로 1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가 12.5%로 뒤를 이었다. 1·2위 그룹과 3위인 싸이(2.5%)와 4위 트와이스(2.4%), 5위 엑소(2.1%) 등의 차이는 10% 이상이었다.

진흥원은 보고서 전반에 걸쳐 '상위권 인기 편중'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BTS와 블랙핑크의 선전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이들 그룹의 인기가 K팝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어서다. 진흥원은 "2019년과 지난해 1∼4위 순위는 같았지만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비중은 각각 약 7%포인트 증가한 반면 싸이와 트와이스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며 "선두 그룹과 뒤따르는 그룹 간의 인기 격차가 매해 벌어지는 등 상위권 순위가 고착화되면서 한류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우·게임·애니메이션 순위권에 뉴페이스 없어"

선호 배우 순위에서는 이민호(9.6%)가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10년대 아시아권에서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뒤 '푸른 바다의 전설'과 '더 킹 : 영원의 군주'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위 5위권 내에는 공유, 송혜교, 이종석이 3년 연속으로 포함되면서 순위권이 고착되는 경향을 보였다.
배틀그라운드 이후 '게임 한류'를 이끌 신작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배틀그라운드(18.0%)는 3년 연속 최선호 한국 게임으로 조사됐다. 진흥원은 "게임 산업이 전체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로 절대적인데, 신규 인기 콘텐츠의 부재는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배틀그라운드는 출시된 지 3년이 넘었고 순위권에 포함된 라그나로크, 크로스파이어, 검은사막, 서머너즈 워 등은 6~19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진흥원은 애니메이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호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는 1999년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뿌까(15.0%)가 3년 연속 선정됐다. 진흥원은 "뿌까가 그만큼 양질의 콘텐츠라는 뜻이기는 하지만, 뿌까 출시 이후 20년 넘는 기간 동안 나온 다른 캐릭터들이 해외에서 더 큰 인지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2019년부터 순위권에 진입한 핑크퐁이 4위(9.5%)를 차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진흥원은 소개했다.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 인쇄본은 중앙행정기관, 국회 등 주요 기관과 도서관, 유관기관 등에 우선 배포된다. 전자책(PDF)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