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주행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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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도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hakdokim@kosmes.or.kr >요즘 대세 뮤지션으로 SG워너비와 브레이브걸스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역주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인기그룹이던 SG워너비는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후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다시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고, 브레이브걸스도 수년 전 발표한 노래가 뒤늦게 빛을 봐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최근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성공 사례가 이 같은 역주행과 매우 닮았다. 편의점 시장에서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른 한 수제맥주 제조사가 있다. 2003년 출발한 이 회사는 맥주 제조에 대한 열정을 품고 연구와 제조설비에 투자했지만 소비자의 입맛을 바로 사로잡지는 못했다. 회사는 유동성 애로를 겪으며 위기에 놓이게 됐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시급한 유동성 문제를 함께 고민해 해결했고, 이후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결과 위기 기업은 스타 기업으로 변신했다.역주행 사례들은 우연히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처음부터 역주행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닐 것이다. 음원이나 제품 자체가 지닌 잠재력에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돼 시대 상황과 맞아떨어졌을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역주행은 어렵고 힘든 길이기에 우리는 바른길을 찾아 우선 ‘정주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정주행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있다. 바로 최근 경영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중진공은 ESG를 새롭게 해석해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 우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environment)을 만드는 것이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기업 생산성을 높이며,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무역을 통해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다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개념이 다양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친환경·저탄소 경영으로 전환하고,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나가며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돼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세 번째는 지배구조 개선을 뜻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다. 중소기업에 큰 이슈가 되거나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투명경영을 통해 청년이 가고 싶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업가 정신과 성과 공유의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이들의 미래가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역과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 같이 성장하는 나라, 내 아들딸이 중소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인 나라가 되도록 국민 모두가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