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신약 삼총사로 매출 5조 시대 열 것"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1) 나보타, 매달 수출 신기록
(2) 식도염 신약, 올가을 허가날 듯
(3) 당뇨약, 임상 2상서 효과 증명

"신약 후보군 30여 개 갖고 있어
자가면역치료제 기술수출 협의도"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가 3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대웅제약이 보톨리눔톡신(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펙수프라잔), 당뇨약(이나보글리플로진) 등 자체 개발한 ‘신약 3총사’를 앞세워 2027년께 ‘연 매출 5조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년 동안 회사 덩치를 다섯 배 키우겠다는 얘기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3일 기자와 만나 “10여 년 전 뿌린 ‘연구개발(R&D) 씨앗’이 하나둘씩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며 “2027년에는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서너 개 거느린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보타가 끌고, 펙수프라잔이 밀고

“너무 공격적인 목표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 사장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믿는 구석’은 ‘신약 트리오’다.

1번 타자는 나보타. 최근 메디톡스와의 특허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매달 수출 신기록을 쓰고 있다. 전 사장은 “나보타의 강점은 세계 1위 보톡스 기업인 엘러간과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이 20% 싸다는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판매허가를 받은 80개국을 차례차례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점유율을 2024년까지 3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넘버2’ 시장인 중국에는 내년에 진출키로 했다. 전 사장은 “대웅과 해외 파트너가 판매하는 나보타 매출은 2025년부터 조(兆) 단위에 이를 것”이라며 “이 중 5000억원가량은 대웅제약에 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올가을 ‘34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펙수프라잔도 나보타 못지않은 기대주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제약사들이 펙수프라잔을 현지에서 팔기 위해 1조원을 대웅제약에 건넬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펙수프라잔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차단하는 기전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제제로, 기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제제에 비해 약효가 빨리 나타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게 강점이다. 전 사장은 “펙수프라잔이 잠식할 수 있는 PPI제제 시장 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며 “펙수프라잔과 나보타의 해외 판매가 궤도에 오르는 2025~2026년에는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신약 창고에 30개 더 있다”

‘2027년 매출 5조원’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이나보글리플로진이다. 임상 2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매 목표 시점은 2023년. 전 사장은 “임상 결과를 보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당뇨환자가 워낙 많은 데다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웅제약에 장기간 큰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전 사장은 이들 ‘신약 3총사’의 뒤를 이을 ‘미래 먹거리’ 후보군을 30여 개 갖고 있다고 했다. 리스트에는 항암제, 비만치료제,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이 올라 있다. 2018년 전 사장이 취임한 뒤 후보물질 수가 두 배가량 늘었다.

상당수는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될성부른’ 후보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자가면역치료제가 대표적이다. 폐섬유증치료제는 연내 한국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전 사장은 “국내외 50여 개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 및 공동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업체가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