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피부 이어 눈으로…진화하는 건기식

5兆 시장으로 성장

아스타잔틴·빌베리 함유 식품 인기
"주는 선물에서 나를 위한 투자로"

CJ, 개인 맞춤형 제품 개발
hy, 원료 분말 B2B 사업 강화
‘프로바이오틱스, 콜라겐 이어 눈 건강 보조식품.’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세분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홍삼, 종합비타민이 주름잡던 건기식 시장이 영역별로 전문화되는 추세다. 장 건강에 좋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피부미용에 좋은 콜라겐에 이어 최근에는 눈 건강 제품이 새롭게 떠올랐다. 제약업체와 식품업체는 물론 화장품업체까지 앞다퉈 가세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건기식 시장 올해 5조원 넘어설 듯

3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4조9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전년(4조6000억원) 대비 6.6%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는 시장 규모가 5조원 문턱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면역력과 체력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홍삼과 종합비타민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건강기능식품 용도도 명절 선물이나 부모님 생신 선물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6년 종근당건강이 선보인 ‘락토핏’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장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아류작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피부 미용을 위한 먹는 콜라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다.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의 개념 자체가 ‘남을 위한 선물’에서 ‘나를 위한 투자’로 바뀌었다”며 “자신의 건강에 맞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건기식 시장이 점차 다양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성 높은 눈 건강 시장

업계에서 올해 주목하는 분야는 눈 건강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가장 고민되는 건강 문제로 ‘눈 건강’을 꼽은 이들이 40.5%(중복응답 가능)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노안을 걱정하는 5060세대뿐만 아니라 2030 젊은 세대도 눈 건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눈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원료로는 루테인이 꼽힌다. 루테인은 전자기기로부터 나오는 청색광을 차단하고,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작용을 억제해 시각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타잔틴은 눈의 피로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빌베리는 요즘 ‘뜨는’ 원료다. 빌베리는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네 배 이상 높아 시력 저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업계 관계자는 “장 건강은 프로바이오틱스, 피부 미용은 콜라겐처럼 눈 건강은 아직까지 섭취 목적과 원료가 명확하게 짝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만큼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앞다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유전자를 일컫는다. 이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원료로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기업에 균주 자체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hy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4750㎏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분말을 기업에 판매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