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질주하는데…국산차 '3중 역차별'에 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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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역차별수입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올 상반기 18.1%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개별소비세 과세 시기,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 등 국산차에 적용된 역차별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입차 상반기 점유율 '역대 최대'
국산차 판매 상반기 6.2% 줄어
개소세 부과 시기·자동차稅 기준
국산차에 불리…세금 더 내
현대차·기아 직접 중고차 못팔아
벤츠·BMW, 직매입·판매 가능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상반기 자동차 신규 등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판매량은 총 92만4008대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국산차는 6.2% 줄어든 75만6631대에 그쳤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GM 등이 34.9% 급감한 영향이다. 반면 수입차는 16만7377대로 17.9% 급증했다.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시장 점유율도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18.1%로 전년 대비 3.1%포인트 올랐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년 대비 3.8%포인트 상승한 31.9%를 기록했다. 평균 가격 4억원이 넘는 애스턴마틴, 벤틀리, 롤스로이스, 맥라렌,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판매량이 38.3% 늘었다.
수입차와 국산차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국산차 역차별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서로 다른 개소세 과세 시기다. 국산차에는 공장에서 반출할 때 책정하는 출고 가격에 부과되는 반면 수입차는 수입신고 가격에 붙는다. 국산차 출고가에는 판매관리비와 영업마진이 포함돼 있는 반면 수입차 신고가에는 빠져 있다. 수입차 과세표준이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세금이 덜 붙는다.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세 과세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지방세법은 비영업용 승용차에 대해 배기량을 기준으로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부터는 ㏄당 200원을 매기고 있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배기량이 큰 그랜저(2497㏄)에 벤츠(1991㏄)보다 많은 세금이 매겨지는 이유다.
국산 완성차 업체는 수입차와 달리 중고차 시장 진입도 제한받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내세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막은 탓이다. 반면 수입차 업체는 회사 기술 인력이 직접 품질을 검사해 통과한 차량을 사들여 재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덕분에 차량의 잔존 가치 하락을 막고, 신차 추가 할인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산차가 수입차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