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 컨디션 안 좋아 몸 3번이나 풀어줬죠"…숨은 일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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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물리치료사가 전한 뒷얘기…9명 의무팀, 매일 최대 17시간 '풀가동'
"선수 중 '치료받을 자격없다' 자책하기도…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특별취재단 = 한국 여자 체조 첫 메달리스트가 탄생하던 순간,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짜릿한 역전승하던 순간 '음지'에서 함께 기뻐하던 이들이 있다.2020 도쿄올림픽 기간 한국 선수 230여명의 크고 작은 부상을 말끔하게 치료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의무팀의 얘기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의사 3명, 간호사 1명, 물리치료사 5명 등 9명 규모로 의무팀이 파견됐다.
체육회 소속 물리치료사 김지현(29)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회 나흘 전 입국해 각종 전기치료와 초음파 장비, 이동식 침대 등을 갖춘 치료실을 선수촌에 설치해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 선수들의 몸 상태를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한국 선수의 경기가 몰린 대회 초반에는 하루 17시간 이상 '풀가동'되기도 했다.
의무팀은 선수 요청 등 상황에 따라 현장에 직접 지원을 나갈 때도 적지 않다.
여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동메달을 딴 여서정(19·수원시청)의 경우도 그랬다.김씨는 "서정이가 아직 어린 선수라 말을 잘 안 했는데, 혼자 있을 때는 편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허리가 좀 안 좋다'고 하더라"라며 "경기 당일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 경기 직전에 몸을 세 번이나 풀어줬다"고 했다.
이어 "본인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귀국하기 전 감사하다며 메달을 걸어주는데 치료사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고 웃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던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최수연(31·안산시청)과도 경기 내내 함께 마음을 졸였다.김씨는 "최수연 선수가 그날(경기 당일) 어깨가 빠질 것 같다고 해서 저한테 꼭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본인이 팀에 피해 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중간에 결국 어깨가 탈구됐지만 생각보다 잘 뛰어줬다"고 치켜세웠다.
최수연은 어깨 부상에도 4강전까지 투혼을 발휘했고,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의무팀은 선수들이 드러내지 못하는 '고충'도 대신 전했다.김씨는 "선수들이 '댓글' 걱정을 정말 많이 하고, 패배한 선수 중에서는 '나는 치료 받을 자격도 없다'고 자책하기도 한다"며 "현장에 오면 비인기 종목 선수의 경우 기가 죽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비인기 종목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연합뉴스
"선수 중 '치료받을 자격없다' 자책하기도…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특별취재단 = 한국 여자 체조 첫 메달리스트가 탄생하던 순간,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짜릿한 역전승하던 순간 '음지'에서 함께 기뻐하던 이들이 있다.2020 도쿄올림픽 기간 한국 선수 230여명의 크고 작은 부상을 말끔하게 치료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의무팀의 얘기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의사 3명, 간호사 1명, 물리치료사 5명 등 9명 규모로 의무팀이 파견됐다.
체육회 소속 물리치료사 김지현(29)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회 나흘 전 입국해 각종 전기치료와 초음파 장비, 이동식 침대 등을 갖춘 치료실을 선수촌에 설치해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 선수들의 몸 상태를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한국 선수의 경기가 몰린 대회 초반에는 하루 17시간 이상 '풀가동'되기도 했다.
의무팀은 선수 요청 등 상황에 따라 현장에 직접 지원을 나갈 때도 적지 않다.
여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동메달을 딴 여서정(19·수원시청)의 경우도 그랬다.김씨는 "서정이가 아직 어린 선수라 말을 잘 안 했는데, 혼자 있을 때는 편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허리가 좀 안 좋다'고 하더라"라며 "경기 당일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 경기 직전에 몸을 세 번이나 풀어줬다"고 했다.
이어 "본인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귀국하기 전 감사하다며 메달을 걸어주는데 치료사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고 웃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던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최수연(31·안산시청)과도 경기 내내 함께 마음을 졸였다.김씨는 "최수연 선수가 그날(경기 당일) 어깨가 빠질 것 같다고 해서 저한테 꼭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본인이 팀에 피해 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중간에 결국 어깨가 탈구됐지만 생각보다 잘 뛰어줬다"고 치켜세웠다.
최수연은 어깨 부상에도 4강전까지 투혼을 발휘했고,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의무팀은 선수들이 드러내지 못하는 '고충'도 대신 전했다.김씨는 "선수들이 '댓글' 걱정을 정말 많이 하고, 패배한 선수 중에서는 '나는 치료 받을 자격도 없다'고 자책하기도 한다"며 "현장에 오면 비인기 종목 선수의 경우 기가 죽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비인기 종목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