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도 안 봐준다...'성추행' 주지사에 바이든도,펠로시도 "물러나야"

미국 뉴욕주 검찰이 3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쿠오모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쿠오모 지사는 뉴욕주 3선 주지사로 한 때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 거론됐던 민주당 거물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민주당 1인자가 한 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폭로한 직원에 보복 조치를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쿠오모 지사는 최소 7명에 달하는 전·현직 여성 보좌관들로부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한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겼다는 구실로 자신을 관저로 호출한 뒤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고, 자신과 다른 보좌진에게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제임스 총장이 지난 3월 임명한 특검은 이들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확인했다. 또 이들 외에 여성 경관 등 추가 피해자도 확인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피해자의 수는 모두 11명이다.

제임스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보좌관에 대한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은 연방법과 뉴욕주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수사에 참여한 앤 클락 변호사는 쿠오모 주지사의 행동에 대해 "연장자의 친밀한 행동이 아니라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여성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179명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16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내놨다.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가 위압적인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검찰 발표에 대해 "사실과 아주 다르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포옹하고 뺨에 입맞춤하는 것은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자신을 수사한 제임스 총장이 차기 주지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반응은 싸늘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쿠오모 지사 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쿠오모 주지사의 오랜 친구인 바이든도 쿠오모의 사퇴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1인자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선 여성들을 성원한다"며 "나는 주지사의 뉴욕 사랑과 주지사직에 대한 존중을 인정하지만 그가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쿠오모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의 칼 히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주지사 자리에 앉아 있다"며 "가능한 빨리 탄핵 조사를 마치기 위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쿠오모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주 의회 차원에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CNN은 뉴욕주 상원의원 63명 중 최소 55명이 쿠오모 사퇴에 동조했다고 전했다.

뉴욕주 인근의 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펜실베이니아·뉴저지 주지사도 쿠오모 사퇴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캐시 호철 뉴욕주 부지사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뒤 "역겹고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민주당 전체가 쿠오모 주지사에 등을 돌린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