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벤비'가 '르쌍쉐' 앞질렀다…위태로운 국산차 어쩌나

고급·수입차 인기에 중견3사 판매량 밀려
'현대기아·제벤비·르쌍쉐' 고착화 우려도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EQA. 사진=뉴스1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르쌍쉐(르노삼성·쌍용·쉐보레)'로 불리는 중견 3사 부진이 장기화되며 고급·수입 브랜드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5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신규 등록된 승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감소한 총 15만9043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산차는 13만4158대, 수입차는 2만4885대를 차지했다. 국산차와 수입차 각각 지난해 대비 13.1%, 26.4% 줄었다.
G80 전동화모델 주행 영상. 제네시스
국내 승용 시장에서 브랜드별 판매량은 기아가 4만4000여대로 앞섰고 현대차(3만7000여대)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1만2000여대)가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에서만 국산차 판매량의 70%에 달하는 9만4000여대를 차지한 셈이다.

기아와 현대차, 제네시스 뒤로는 수입차 브랜드가 자리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7000여대를 팔았고 BMW는 6000여대를 판매했다. 중견3사는 쌍용차 5800여대, 르노삼성 5300여대, 한국GM 쉐보레 4500여대 등 벤츠·BMW보다 뒤로 밀렸다.

과거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국내 중견 브랜드를 앞선 경우는 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에서도 수입차 브랜드가 앞서면서 장기간 유지됐던 '현대기아, 르·쌍·쉐'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BMW 뉴 M3 컴페티션 세단과 M4 컴페티션 쿠페. 사진=BMW코리아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상반기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63만123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68만1231대보다 약 8.2% 줄었는데, 현대차와 기아의 감소율은 1.0% 내외에 그친다. 올해 상반기 기아는 24만6000여대, 현대차는 23만여대를 팔았다. 제네시스도 7만3000여대로 뒤를 이었다.

줄어든 내수 판매량 대부분은 중견3사 물량이다. 이 기간 르노삼성 판매량은 2만8000여대에 그쳐 1년 전에 비해 48.7% 급감했다. 쌍용차도 전년에 비해 35.9% 줄어든 2만6000여대에 머물렀고 한국GM은 22.1% 감소한 2만9000여대가 팔렸다.

그나마 수출 물량이 많은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수출이 제한적인 쌍용차는 파산 위기까지 닥친 탓에 법정관리를 받으며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GM 쉐보레
이에 비해 수입차는 상반기 15만5000여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테슬라 등 독일과 미국 브랜드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같은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은 4만2170대, BMW는 3만6261대에 달해 중견 3사를 뛰어넘었다. 아우디와 테슬라도 각각 1만3436대, 1만1651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제벤비'는 '르쌍쉐'를 앞설 전망이다. 제네시스와 수입 브랜드는 신차를 쏟어내는 데 비해 중견 3사에겐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제네시스는 하반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60을 출시할 예정이다.

G80의 전동화 모델과 GV80 연식변경, G90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도 줄줄이 나온다. 벤츠와 BMW 역시 더 뉴 EQS, 더 뉴 EQA, iX, IX3 등 신형 전기차 공세를 펼친다.
사진=르노삼성
반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올해 예정된 신차가 마땅치 않다. 르노삼성은 XM3와 QM6 등 기존 차량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고, 쌍용차는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e모션 준비에 나섰지만 당장 발등에 매각이라는 불이 떨어진 상황이기에 국내 출시 일정은 안갯속이다.

한국GM 역시 2023년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 이전까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스파크 등 기존 차량과 볼트 EUV 등 수입 신차에 기댄 보릿고개가 예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부재와 기존 모델 노후화로 중견 3사의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노사가 협력해 시장의 고급화·개성화·대형화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