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손길 1년 넘게 끊겨…복지시설 '시름'

온정의 손길 꼭 필요한데
봉사활동 2년 만에 56% 급감
복지사 한 명이 업무 다 떠맡아
보육원·장애인 시설 등 운영난

아쉬움 많은 비대면 봉사
검정고시 화상수업 등 지원
"수업 외 감정적 교류 부족해"
코로나19가 때린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 중 하나로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장애인,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시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4차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대면 봉사활동이 1년 이상 끊기면서 극도의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복지시설 거주자들의 특성상 이곳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만으론 시설 이용자를 모두 감당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봉사단체들이 비대면 봉사활동을 통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봉사활동 끊긴 복지시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울지역 대다수 복지시설에는 대면 봉사활동이 완전히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1년 넘게 사회복지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이용자를 도맡아 챙기는 형편이다.

장애인이 생활하는 복지시설들이 특히 그렇다. 다른 곳에 비해 건강이 약한 사람이 많아 코로나19 감염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장애인 복지시설 홍파복지원은 봉사 건수가 2018년과 2019년 각각 1845회, 2158회에 달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한 건도 없는 상태다. 홍파복지원에서 일하는 권미경 씨는 “이곳에는 목욕과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이 거의 없고 대부분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며 “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겨 사회복지사 한 명이 두 명 이상의 장애인을 전담하다 보니 심리적·육체적으로 버티기 힘든 처지”라고 설명했다.부모 없는 아이들을 양육하는 보육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9년까지 한 달에 5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가 찾았던 서울 용산구의 한 보육원은 작년 초부터 봉사자들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이곳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학습과 놀이 봉사, 청소 등을 지원했다. 이 보육원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찾지 않고 외출도 줄어들자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한다”고 토로했다. 봉사활동 건수를 집계하는 1365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월평균 봉사 건수는 2019년 242만7475건에서 올 들어 7월 말까지 104만7018건에 머물러 56.8% 쪼그라들었다.

‘비대면 봉사’도 있지만…

봉사단체들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봉사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봉사단체 성이냐시오 야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올해부터 전면 비대면 봉사로 전환했다.이 단체는 지난 44년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교육 봉사를 해왔다. 지금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학생이 60~70대여서 대면수업 요구가 크다. 이곳에서 고등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김춘희 씨(61)는 “비대면 수업으론 선생님을 찾아가 따로 상담받을 수 없는 데다 수업 이외 감정적 교류가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봉사단체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봉사는 한계가 분명하다. 보육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이모씨는 “보육원에 거주하는 아동들은 일반 가정 아이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져 비대면 수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원이 너무 많아 자원봉사자가 끊기면 외출도 아예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비대면 봉사라도 촉진하려면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지난 4월 ‘비대면 청소년자원봉사활동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비대면 봉사활동의 운영·관리 기준이 미흡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당국이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 영역, 방식 등에 대한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