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고영표의 춤추는 체인지업…한일전 5이닝 2실점 호투

일본 강타선 맞아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보이며 제 몫
야구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많은 이들은 투수 전력을 걱정했다.'확실한 에이스'라고 꼽을 만한 투수가 없어서였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일찌감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도 1년의 간격을 두고 미국행을 택했다.

설상가상으로 KBO리그 토종 에이스로 꼽히는 SSG 랜더스의 박종훈과 문승원은 수술대에 올라 시즌 아웃됐다.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차우찬(LG 트윈스)은 부진에 허덕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긴 이닝을 끌고 갈만한 재목이 보이지 않았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약점은 중심을 잡아줄 선발 투수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그동안 무명에 가까웠던 고영표(kt wiz)가 무거운 책무를 맡았다.

결승 티켓이 걸린 '숙적' 일본과 준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발탁된 것.
고영표는 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 일본과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상대 선발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명실상부한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이름값에서 무게감이 상당히 차이가 났다.

그러나 고영표는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본 타자들을 자신 있게 요리했다.

그는 1회 1사 위기에서 좌타자 요시다 마사타카(오릭스 버펄로스)를 2루 땅볼로 처리했고, 우타자 스즈키 세이야(히로시마 도요카프)를 3루 땅볼로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2회엔 주 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워 일본이 자랑하는 강타자 아사무라 히데토(라쿠텐 골든이글스)를 삼구삼진으로 잡았다.

이후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호크스)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곤도 겐스케(닛폰햄 파이터스)는 1루 땅볼로 잡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타선이 한 바퀴 돈 3회엔 위기를 맞았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가이 다쿠야(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이후 야마다에게 희생번트, 사카모토에게 외야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다.

고영표는 흔들렸다.

요시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 3루 위기에 다시 놓였다.

그러나 고영표는 위기의 순간에서 다시 힘을 냈다.

스즈키를 상대로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3회를 마쳤다.

4회엔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고 곤도를 내야 뜬 공으로 유도했는데 유격수 오지환(LG 트윈스)이 공을 놓치는 실책을 범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고영표는 무라카미에게 중전 안타를 얻어맞아 1사 1, 3루 위기에 놓였지만 가이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5회엔 추가 실점했다.

선두타자 야마다에게 중견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한 뒤 사카모토에게 진루타, 요시가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0-2가 됐다.

그러나 고영표는 스즈키와 아사무라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제 몫을 했다.

고영표는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2자책점)으로 일본전 등판을 마쳤다.

투구수는 91구였다.

고영표의 호투에 힘입어 타자들도 힘을 냈다.

한국은 6회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강백호(kt wiz),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3연속 타자 안타로 한 점을 뽑았고, 김현수가 바뀐 투수 이와자키 스구루(한신 타이거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고영표는 지난달 31일 이번 대회 강적으로 꼽히는 미국과 경기에서도 호투한 바 있다.

당시 4⅔이닝 동안 4피안타(2홈런) 6탈삼진 4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는데, 투구 내용은 훌륭했다.

3회까지 미국 타선을 단 1안타로 꽁꽁 묶었다.무명 투수에 가까웠던 고영표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