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쇼호스트, 립스틱 바르자 "예쁘다" 폭발적 반응 쏟아졌다
입력
수정
그루밍족이 대세…'화장하는 남성' 늘었다
화장품 브랜드도 그루밍족 공략 나서
# 지난달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소속 화장품 브랜드 '메이크업포에버'가 SSG닷컴에서 선보인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의 한 장면. 남성 쇼호스트가 립스틱과 파우더를 얼굴에 능숙하게 바르면서 제품을 소개하자 채팅창에 "예쁘다"는 소비자 반응이 쏟아졌다. 이 브랜드는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를 모델을 내세워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화장하는 남자'가 늘고 있다. '남성용 화장품'을 물었을 때 기초 화장품이 주력인 '꽃을 든 남자'가 연상되는 당신은 '아재'다. 이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남성은 피부 잡티를 가리는 다양한 브랜드의 파운데이션 혹은 컬러로션과 촉촉한 입술을 위한 립밤 등으로 중무장한다.
남성들, 화장품에 지갑 연다
남성들이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을 가지면서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의 남성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4일 국내 1위 H&B 스토어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남성 고객의 구매액은 최근 3년간(2019~2021) 연평균 28% 증가했다.
품목도 다양화하고 있다. 기초 화장품뿐 아니라 메이크업 쿠션, 컬러 립밤 등 전용 색조 화장품이 늘었다.실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남성용 화장품 2위에 색상이 있는 립밤 제품이 이름을 올려 시선을 끌었다. 또한 올리브영에선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쿠션과 파운데이션 등 남성용 베이스메이크업 제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고, 눈썹 관리 제품인 아이브로우 매출은 32% 뛰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남성 전용 화장품뿐만 아니라 성별과 상관없이 사용하는 더모코스메틱, 마스크팩 등 ‘젠더리스' 구매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남성들도 본인의 피부나 필요에 맞게 기능별, 목적별로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족 잡아라"…화장품 브랜드 시도 줄이어
이는 주요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남성중 그루밍족이 사실상 주류가 된 결과란 분석이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 등 외모를 가꾸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남성을 부른다. 과거 일부 남성들이 피부 관리용 제품을 챙겼다면 최근 10~20대 남성들은 눈썹을 다듬고 얼굴 잡티를 가리는 동시에 립스틱 등으로 입술에 생기를 부여한다.이에 이니스프리에서 위장크림을 내놓던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라인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용 메이크업 브랜드 '비레디'를 선보였다. 남성 피부에 맞는 쿠션 파운데이션, 컬러립밤 등이 주력 제품이다.
올해 상반기 비레디 매출은 온라인에서 전년 동기 대비 46% 급증했다. 오프라인에서도 남성들은 거리낌 없이 색조 화장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올리브영에서 해당 브랜드 매출은 379% 뛰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샤넬이 그루밍족을 위한 메이크업 제품 ‘보이 드 샤넬’ 라인을 선보였다. 피부 표현을 위한 파운데이션, 입술 수분 공급을 위한 무색 립밤 등으로 구성됐다.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아예 성별 경계를 없앤 '젠더리스' 메이크업 라인을 국내에 론칭했다. 이 브랜드의 제품은 전 색조화장품 라인이 성별 구분 없는 콘셉트로 나왔다.
화장품 업계 안팎에선 '화장하는 남성'의 확산 요인으로 'K팝'을 꼽는다. 메이크업포에버 광고모델을 맡은 키가 속한 샤이니, 월드스타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 등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서 뿐 아니라 평소에도 컬러립밤 등을 바르는 장면이 포착돼 세간의 거부감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외모가 경쟁력이란 인식이 퍼졌고, 유튜브 등 SNS에 익숙한 MZ세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뷰티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한 점이 관련 수요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들은 국내외에서 그루밍족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비레디가 지난해 2월 중국 티몰(글로벌)에 진출했고, 올해 6월에는 일본 온·오프라인 시장에도 선보였다"며 "향후에도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남성 메이크업 시장을 공략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