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가 꿈꾸는 미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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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김태오 < DGB금융지주 회장 herman0037@dgbfn.com >미래를 소재로 한 영화 대부분은 미래사회를 어둡게 그린다. 우수하거나 열등한 종족으로 나눠진 세상, 시민을 기계처럼 부리는 독재자의 세계, 정보와 시스템을 독점해버린 기계가 인류를 다스리고, 인간은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리는 세상, 로봇이 인간성을 갖는 이상한 세상 등 영화 속 미래세계는 보통 암울하다.
인류가 핵전쟁으로 초토화되고 지하세계로 탈출하지만, 그 사회는 민주적이지 않을뿐더러 어두운 세계로 그려진다. 독재자를 물리치는 영웅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영웅의 활약으로 평화는 돌아오지만,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영웅은 선과 악의 양면성으로 다시 세상을 어지럽히는 주역이 된다. 결국 사람들은 영웅을 외면하고 무질서의 세계로 회귀한다.영화에서는 특정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기도 한다. 모든 시스템을 사유하고 경찰과 군대까지 통제한다. 정부는 유명무실하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 환경 파괴를 주저하지 않고, 사회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기능한다. 그리고는 영웅이 나타나 기업을 무너뜨리며 마무리되곤 한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이야기는 초기 무성영화 시절의 ‘메트로폴리스’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 1930년대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 소설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속에도 그려졌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역사는 오래됐는데, 주목할 점은 악당 역할이 점차 국가에서 대기업으로 옮겨간다는 거다.
현대사회는 국가와 기업과 개인의 경제주체들이 균형된 힘을 갖는다. 균형이 무너지면 기존 질서가 깨지고 사회는 암울해진다. 결국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원인은 이런 힘의 균형이 깨지는 상황에 근거하는 거 아닐까. 다시 말해 힘의 균형이 밝은 미래의 전제조건일 터.최근에는 기업에 균형자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이 균형을 무너뜨릴 만큼 정보와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디스토피아의 악당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미래사회는 현재의 투영이다. 현대사회는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적 균형자로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정리된 최근의 이슈는 ‘ESG경영론’으로 집약된다. 이는 기업이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실천 경영철학이다.
기업은 투명한 지배구조 실천을 위해 학연과 지연을 없애고 최고경영자(CEO) 선발 과정을 공개해야 하며, 긴 기간 CEO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한 공정한 연수 과정이 필요하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춤으로써 이익이 소수에게만 집중되거나 부실 경영의 책임이 사회와 직원에게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통제해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최우선 조건인 동시에 사회적 균형자로서 역할이자 미래사회에 악당이 되지 않을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