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前 다짐 지킨 박현주…해외법인 순이익도 매년 두 배 뛰어

질주하는 미래에셋증권
2분기 자기자본 10조 돌파…영업이익 4343억 사상 최대

한국판 골드만삭스 가장 근접
朴회장 "국내 자산시장 좁다"
올 해외 순이익 3000억 넘을 듯
2016년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IB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자기자본이 10조원(약 100억달러) 정도는 있어야 글로벌 시장에서 쟁쟁한 해외 IB들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 과감히 투자하기 위한 기준점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넘기며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015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2020년까지 합병 증권사 자기자본을 10조원으로 각각 늘리겠다”고 밝혔다. 1년 늦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해외 투자 ‘큰손’으로

박현주 회장은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에 공을 들였다. 현지 리서치센터 설립,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운용사 글로벌X 인수, 해외 대체투자 등을 통해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는 올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순이익의 20%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2017년 348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845억원, 2019년 1709억원으로 매년 두 배 이상씩 증가했다. 해외법인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이 처음이었다. 작년에는 해외법인 순이익이 2010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초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에는 벌써 1800억원을 해외에서 벌었다. 해외법인 순이익이 올 연말에는 3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 스타트업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2018년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에 2억680만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차량 공유업체 그랩에도 네이버와 손잡고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랩 역시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그랩 상장으로 투자액 대비 세 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박 회장은 평소 “국내 자산시장은 너무 좁아 투자하기에 한계가 있다. 국내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좋은 해외자산을 발굴해야 한다”며 해외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는 “2025년까지 미래에셋증권을 글로벌 톱티어(top tier) IB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 같은 글로벌 IB로 성장한다는 전략에서 10조원의 자기자본은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미래에셋은 보고 있다. 10조원이 글로벌 IB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것도 박 회장이다. 그는 “100억달러 정도 자본이 있어야 충분히 투자할 수 있고, 해외 파트너들도 미래에셋증권을 함께할 수 있는 회사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IMA 사업도 노려

자기자본 10조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신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국내에서도 신사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지난 6월부터 3000억원어치의 발행어음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이다. 일반적인 기업어음(CP)보다는 수익률이 낮지만, 발행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할 수 있어 미래에셋증권은 20조원까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미래에셋증권은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지고 고객의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통합계좌다. 증권사로선 예탁금을 통합해 운용하며 기업금융 등에 쓸 수 있어 자기자본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대출, 어음 할인 및 매입, 증권 및 회사채 매입 등에 예탁금을 쓸 수 있다. 벤처기업이나 혁신 중소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는 셈이다.

IMA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고, 발행어음업 인가가 있어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IMA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MA 사업에 대한 계획이 나오면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