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낸드 법인 CEO에 인텔 부사장…SK하이닉스 '인사' 묘수

인텔 출신 로버트 크룩 영입
기존 인재 이탈 방지 차원
中에도 신설 법인 설립 추진
인텔로부터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에 새 회사를 설립한다. 미국에서 출범하는 신설 법인은 로버트 크룩 인텔 부사장(사진)이 이끈다. 기존 엔지니어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텔 C레벨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룩 부사장은 지난 2일 자신의 링크트인 계정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신설 회사에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 법인은 전 세계에서 150명 이상을 채용할 것”이라며 “회사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크룩 부사장은 이날 신설법인의 중국, 대만, 폴란드, 영국, 미국 캘리포니아 사업장에서 일할 직원을 찾는다는 공고를 함께 올렸다.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크룩 부사장은 1989년 인텔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지금은 낸드플래시 등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불휘발성 기억장치(NVM)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과 낸드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주요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8개국 중 미국, 한국 등 주요 7개국 심사가 마무리됐으며 마지막 국가인 중국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SK하이닉스의 묘수’로 평가한다. 기존 인텔의 C레벨을 CEO로 기용해 직원 불안감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인텔 직원으로선 같은 상사 밑에서 그동안 해온 업무를 그대로 하는 셈이다. 바뀐 것은 소속 회사 이름뿐이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핵심 인력 확보가 인수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는 걸 알고 있다”며 “두 회사의 무리한 통폐합은 없다”고 말했다. “인텔의 인력 유출을 막을 계약 조항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도 새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현지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새 법인이 인텔의 낸드 사업장이 있는 다롄 지역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