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로 이름 날린' 코원·소리바다, 변화 실패로 결국 증시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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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로 영업익 100억 벌던 코원지금의 30대가 학창 시절을 보낸 2000~2010년은 소형 멀티미디어 기기의 황금기였다. 등굣길에 MP3 플레이어로 노래를 듣고, 수업 시간에는 전자사전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PMP를 통해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스마트폰에 밀려 내리막길
의료용 장갑 공급 계약 취소 공시
MP3 음원사이트 만든 소리바다
거래정지·상장폐지 실질 심사 중
아이리버, SK 인수에도 만성적자
당시 멀티미디어 시장을 평정한 것은 대기업이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앞세운 벤처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발판 삼아 세계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현재 대부분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거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MP3플레이어와 PMP를 선보였던 코원(COWON)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이 종료되면서 지난 1월 거래가 정지됐다. 음원 사이트 소리바다는 5월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으며 거래가 정지됐다.
코원은 한때 멀티미디어 시장을 주름잡았다. MP3 플레이어로 시작해 PMP를 출시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2009년 영업이익이 111억원에 달했다. MP3 플레이어, PMP, 전자사전을 결합한 ‘D2’는 2008년 30만 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1998년 설립된 소리바다는 MP3 플레이어 대중화에 기여했다. 당시 MP3 파일 다운로드의 90% 이상이 소리바다에서 이뤄졌다. 2007년 저작권 강화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중지했지만 스트리밍 업체로 전환하며 2009년 2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코원과 소리바다는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원은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돈을 버는 시장 자체를 잃어버렸다. ‘올인원’이 되는 스마트폰 세상에서 코원의 제품은 쓸모가 없어졌다. 소리바다는 멜론, 벅스 등 다른 음원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후 두 기업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고, 사업을 계속 변경하는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다. 2016년 코원은 중국계 자본에 인수되며 사명이 ‘신스타임즈’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해전1942’를 출시하며 게임 사업자로 변신했다. 지난해 최대주주가 다시 교체되며 기업명을 ‘네스엠’으로 바꿨다. 코원으로 사명이 다시 돌아온 것은 거래정지 이후인 지난 1월이다.소리바다도 주인이 바뀌고, 소송에 휘말리는 등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를 기회로 부활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작년 4월 590억원 규모의 마스크 공급 계약 체결을 공시했는데, 이후 공시를 열 번 수정하다 올해 4월이 돼서야 공급 계약 취소 사실을 공시했다. 코원도 지난 1월 225억원 규모의 의료용 장갑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두 달 뒤 계약 취소를 공시했다.
MP3 최강자였던 아이리버는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됐다. 2019년 사명을 ‘드림어스컴퍼니’로 변경했다. 인수 뒤 MP3 사업에 더해 음원 유통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에도 119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