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사비로 저개발국 의료봉사' 박정해 간호사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못 떠나…"봉사는 배우는 시간"
"해외 봉사는 조금 특별한 여행일 뿐이에요.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
가천대 길병원 주임 간호사인 박정해(37·여)씨는 대학 졸업 직후인 2007년 첫 근무지로 안과 수술실에 배치됐다.

'수술 스크럽'으로 불리는 수술실 간호사는 수술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집도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던 환자가 수술 후 "세상이 환하다"며 밝게 웃을 때 "간호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시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로 항상 주눅이 든 아이가 수술을 받고는 예쁘게 웃던 모습도 박씨에겐 큰 보람으로 남았다.

간호사로서 자부심은 박씨를 '특별한 여행'으로 이끌었다. 국제 실명 구호기구 시민단체(NGO)인 '비전케어'와 함께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소아안과 분야 전문의인 같은 병원 백혜정 교수가 "해외 의료봉사를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수술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본 적 있는 교수였다. 그동안 적은 금액이지만 비전케어에 기부만 하던 박씨도 직접 의료봉사에 참여해 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전까지는 봉사활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였다.

2014년 6월 백 교수 등과 함께 떠난 첫 해외봉사자는 몽골 홉스굴 도립병원이었다.

각종 도구와 약품 등 수술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점검했다.

당시 30명가량의 소아 사시 환자가 박씨와 백 교수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다.
저개발국에서는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과 열악한 의료 사정 등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실명하는 환자가 많다.

이후 박씨는 몽골,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저개발국에서만 6차례나 더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 업무의 특성상 1주일 이상 연차휴가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비를 들여가며 거의 해마다 '특별한 해외여행'을 다녔다.

박씨는 7일 "캄보디아는 100만원가량, 몽골이나 에티오피아는 300만원정도 사비를 들여서 갔다"며 "항공권과 현지 숙식 비용 모두 스스로 부담해 가는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소아 사시 수술이 마취부터 끝날 때까지 1시간 정도 걸리지만, 현지에서는 환경이 열악해 2시간 넘게 걸린다"며 "바쁠 땐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이후 그가 해외 의료봉사 활동을 하지 못한 해는 딱 3차례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한 2015년.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난해와 올해다.

박씨는 "국내 의료기술은 매우 발달해 있지만, 저개발국은 그렇지 않다"며 "저희가 가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고 울먹였다.

그는 "국제보건 관련 NGO와 저개발국이 현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모든 재정과 인력이 코로나19 예방에 집중돼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해 2년째 해외 의료봉사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언제든 휴가를 내고 다시 해외 의료봉사를 떠날 생각이다.

그는 "해외 의료봉사를 떠날 때마다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다고 생각한다"며 "휴가를 내고 일을 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는 오히려 배우는 시간"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