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악마'에 짓눌린 글로벌 게임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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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업체 주가 와르르글로벌 게임주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외 흉흉한 뉴스에 마음 놓을 틈이 없다. 지난해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의 핵심축으로 증시를 이끌던 게임주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게임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투자보다는 신작 일정 등을 감안한 종목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중국 규제 리스크
관영매체 '아편' 비판
中게임주 장중 10%↓
韓·日게임주까지 영향
성차별 이슈도 악재
액티비전 블리자드
성희롱 방치로 고소
주주들 집단소송까지
중국 규제 리스크에 ‘휘청’
지난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경제신문인 경제참고보는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개장한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넷이즈, 심동네트워크(XD), 차이나모바일게임엔터테인먼트(CMGE) 등 중국 게임기업의 주식은 장중 한때 10% 넘게 폭락했다. 이 기사는 당일 삭제됐다가 ‘정신적 아편’이라는 표현을 뺀 채 다시 온라인에 게재됐지만 한국과 일본 게임주까지 끌어내릴 정도로 파급이 컸다. 빅테크, 사교육 업체에 칼을 빼든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을 규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져서다.업계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거라고 본다. 기사가 나온 이후 텐센트는 자율적 조치라며 미성년자의 하루 이용 시간을 평일 1.5시간에서 1시간으로, 주말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이고 12세 미만은 게임 내 아이템 구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인 ‘왕자영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5일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증권시보가 “온라인게임 업계가 지나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를 일반 산업 수준으로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기사를 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고 해외 게임 업체들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이 예전보다 쉽지 않다”며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부분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질적 성차별 이슈도
게임 기업 상당수가 성차별 이슈에 취약해 ‘스스로 상처를 입힌다’(월스트리트저널)는 점도 투자자에겐 예측할 수 없는 악재다.미국 게임 대장주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자회사 액티비전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거느리고 있다. 오버워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하스스톤 등을 잇달아 흥행시켰다.
하지만 올초 주가가 100달러를 웃돌던 이 회사 주식은 최근 80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최근 한 달 새 약 15% 하락했다. 임금, 승진 등에서 광범위한 성차별과 지속적 사내 성희롱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으로부터 지난달 20일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은폐했다며 주주들은 집단소송을 걸었고 일부 직원은 파업에 나섰다.결국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J 앨런 브랙 대표가 사임하기에 이르렀지만 여진은 상당하다. 코카콜라 등 주요 스폰서들이 블리자드의 e스포츠 리그인 ‘오버워치 리그’의 파트너십 철회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명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모바일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영업 외적인 노이즈 또한 부담으로 작용해 보수적 시각을 권고한다”고 했다.
여기에 백신 접종 본격화에 게임주 고점 논란도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게임주들의 자기자본이익률이 상승하고 있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은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효과 반영으로 대부분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시장 평균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 대응 필요”
다만 개별 기업의 목표 연령 등에 따라 이 같은 악재를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규제가 ‘미성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최근 노무라증권은 ‘중국당국이 게임 중독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주요 게임 개발업체는 이에 대응할 준비가 잘 돼 있다’며 최근 매도세가 장기투자자에게 좋은 매수 기회가 되고 있다고 봤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