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불패' 깨진 공모주…"공모가·성장스토리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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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수익률 한 풀 꺾였다는데…뜨겁게 달아올랐던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가 한풀 꺾였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종목이 속출했던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다. 계기는 청약증거금 80조원이 모였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따상 실패다.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크래프톤 청약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대어불패’ 공식이 깨지면서 공모주 투자에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를 청약하기 전 공모가에 거품이 끼지는 않았는지, 성장 스토리가 탄탄한지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모주 3개월 수익률
올들어 67%→48% 감소
공모주 21% '마이너스'
공모가 너무 높았던 탓
한국파마·명신산업 등
'똘똘한 중형주' 수익 높아
자이언트스텝·맥스트 등
급등한 메타버스株처럼
'시장 프리미엄' 업종 주목
공모주 수익률 66.7%→48.0%
8일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IPO에 나선 공모주의 상장 후 3개월 평균 수익률은 48.0%로 나타났다. 여전히 높은 수익률이지만 공모주에 환호하던 지난해 수익률(66.7%)보다 18.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공모주 수익률이 피크아웃(고점 통과)한 셈이다.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상장한 공모주(스팩 제외)의 공모가 대비 현재 수익률을 조사했다. ‘공모주=로또’ 공식은 빗나갔다. 114개 기업 중 21.9%(24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비씨(-38.44%), 씨앤투스성진(-33.59%) 등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모가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넘겨 공모가를 확정한 종목은 12.8%였지만 올 들어선 50.0%로 늘어났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이 ‘수익 발생→투자자 밀집→높아지는 공모가→수익률 하락’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출 400억원인데…비교 기업은 22조원
높아진 공모가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정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비비씨는 연 매출 376억원의 미세 칫솔모 개발·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그러나 PER을 산정할 때 매출 81조원에 달하는 P&G, 미국 치약시장 1위 콜게이트파몰리브(매출 18조원), 킴벌리클라크(22조원) 등 해외 다국적 기업을 유사 기업으로 꼽았다. 적용 PER은 23.8배, 공모가는 3만700원에 책정됐지만 지난 6일 종가는 1만9000원으로 공모가 대비 38.44% 밑돌았다.5세대(5G) 이동통신 단말기용 부품 제조업체 와이팜(-15.55%)은 무선주파수(RF) 칩을 만드는 코보 등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해 PER 49.18배를 적용했다. 코보는 애플이 최대 고객사다. 게임용 키보드 헤드셋 등을 생산하는 앱코(-7.2%)도 비교 기업으로 매출 3조원대 글로벌 그룹 로지텍을 꼽았다.
기업 가치와 공모가의 괴리가 커지는 건 증권사가 공모가 부풀리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증권사는 공모금액의 0.8%를 기본 수수료로 받고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이상으로 확정되면 0.2~0.3%의 성과 수수료를 받는다.
똘똘한 중형주·성장 스토리의 ‘압승’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자이언트스텝(716.36%)이었다. 한국파마(511.11%), 명신산업(427.69%), 맥스트(315.47%), 알체라(297%), SK바이오사이언스(276.15%), HB솔루션(250%)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청약 전부터 이슈 몰이를 했던 대형주보다 ‘똘똘한 중형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또 다른 공통점은 시장의 프리미엄을 받는 성장 스토리를 지녔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인 메타버스 관련주가 상위 10곳 중 4곳(자이언트스텝·맥스트·알체라·씨이랩)이나 포함됐다. 수익률 3위를 기록한 명신산업은 전기차 밸류체인 기업이다. 부품 무게를 줄이고 강도는 높이는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한 부품을 테슬라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종경 연구원은 “‘공모주 청약 당첨은 곧 로또’라는 인식을 버리라”며 “인공지능(AI), 메타버스, 플랫폼, 친환경 등 당시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인지, 재무 상태가 비교적 건전한지 등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성미/서형교/이슬기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