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문서 번역·뇌파 분석까지…중앙대 "모든 학문 AI 활용"

4차 산업혁명 캠퍼스 리더들
(2) 백준기 중앙대 AI대학원장

AI 분야 10년간 190억 지원
의·약대에 인공지능 기술 활용

카카오 등 IT기업 협력 활발
2030년까지 AI캠퍼스 목표
고문서(古文書) 번역은 쉽지 않다. 현대 언어와 다르게 쓰인 데다 긴 세월이 지나 훼손된 문서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 소요가 크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이 있다면 이 어려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지난 4월 중앙대 AI대학원 소속인 김영빈 교수 연구팀이 AI 모델을 이용해 승정원일기를 복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팀은 완역된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해당 AI 모델을 다양한 고문서 번역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AI를 연구개발하겠다는 것이 중앙대 AI대학원의 목표다.

“AI, 전교에 확산시킬 것”

백준기 중앙대 AI대학원장은 의·약대와의 협업 등 다방면의 학문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앙대 제공
백준기 중앙대 AI대학원장(교학부총장 겸 연구부총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의술·인문·예술이 공존하는 중앙대 AI대학원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어렵게 얻어낸 기회인 만큼 AI 인재 양성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AI대학원은 정부 AI대학원 지원사업의 ‘막차’를 탔다.

AI대학원 지원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하는 AI·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등 8개 대학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4월 중앙대와 서울대가 추가됐다. 10개 대학은 10년간 최대 19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중앙대가 재수도 불사하면서까지 AI대학원 지원사업에 도전한 배경에는 학교 전체가 AI에 사활을 걸었다는 점이 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2030년까지 ‘AI캠퍼스’를 구축한다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지난해 밝히고, 학부와 대학원에 AI학과를 신설했다.

총장 직속으로 AI위원회도 꾸렸다. 백 원장은 “AI대학원 사업은 중앙대 중장기 발전계획인 AI캠퍼스의 일부”라며 “단순히 AI학과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 교육을 전교에 확산시키는 동시에 AI 기술을 교수 학습과 학생 지원에 적용하는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의·약대와의 협업도 기대

백 원장은 중앙대 AI대학원의 강점으로 학문 간 칸막이를 뛰어넘는 AI 연구를 꼽았다. 특히 중앙대가 전통적으로 강한 의·약대 및 중앙대병원과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백 원장은 “이미 신경외과에서 AI로 뇌파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심장센터에서 응용통계학과와 함께 AI로 심전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과 협력해 석학을 초빙하거나 공동 연구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보안, 차량, 로봇, 언어, 콘텐츠 분야에서 학문 간 융합 연구를 통해 AI 응용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학부와 대학원이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백 원장은 “중앙대 AI대학원에 있는 교수들이 AI학과 학부생도 가르치고 있다”며 “현재 10명인 전임 교수를 2030년까지 28명으로 늘려 국내 최고의 연구진을 구성해 연구·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중앙대는 조셉 우 스탠퍼드대 교수, 시몬 울만 와이즈만연구소 인공지능센터장 등 세계적 AI 전문가 초빙 계획도 세웠다.

산업계에서 목말라하는 AI 인재를 키워내는 것도 목표로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산학협력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학원 내 창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백 원장은 “대학 법인의 모기업인 두산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로봇, 드론 등의 분야를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AI대학원이 여기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