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 이겨낸 올림픽 정신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제32회 도쿄올림픽이 17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개최 여부를 둘러싼 잡음은 물론 온갖 악재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본 안팎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정치적 이유로 ‘자살 미션’을 수행하려 든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관중도, 스타선수도, 수익도 없는 ‘3무(無) 올림픽’이라는 비아냥에 더해 각국 정상도, 전 세계 시청자의 흥미도 없는 ‘5무 올림픽’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우려와는 다른 모습이 속속 드러났다. 역경을 이겨내고 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이 페어플레이를 보일 때는 잔잔한 감동이 지구촌 전역으로 퍼졌고, 코로나로 지친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한국 태권도의 인교돈, 네덜란드 경륜의 섀넌 브라스페닝스 선수는 각각 혈액암과 심장마비 수술을 극복하고 메달을 목에 걸어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했다.모두 힘든 시기이기에 좌절하고 고뇌하는 선수에게 따뜻한 박수와 격려가 유난히 많았던 올림픽이기도 했다. 체조 여제로 불리는 미국의 시몬 바일스는 중압감으로 네 개 종목 중 한 종목만 뛰고 기권했지만 세계는 그에게 비난 대신 “괜찮아”를 연호했다.

메달 여부와 무관하게 최선을 다해 경기를 즐기고 미소로 상대를 배려하는 선수들의 태도는 이전 올림픽과 사뭇 달랐다. 높이뛰기 우상혁, 여자 배구, 역도 이선미, 다이빙 우하람 선수는 모두 4위에 그쳤지만 메달리스트 못지않은 환호와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금메달을 내주고도 상대 선수에게 ‘엄지척’을 한 태권도 이다빈 선수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세계에 보여줬다. 필리핀, 버뮤다, 코소보 등 약소국에서 사상 첫 금메달이 나온 것도 잔잔한 감동 중 하나였다.

스포츠는 위기와 어려움 속에 빠진 사람을 더욱 뭉치게 만들고 희망과 불굴의 용기를 갖게 하는 속성이 있다. 외환위기 때 박세리 선수의 US오픈 제패가 온 국민에게 큰 힘이 됐듯이,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로 지친 전 세계인에게 커다란 위안을 선사했다. 시작 전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일본 정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라는 인류 ‘공동의 적’이 올림픽을 대결과 경쟁보다는 상호 배려와 격려의 장으로, 인류애를 새삼 확인하는 자리로 만든 셈이다. 도쿄올림픽이 인류의 코로나 극복에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