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카카오, 수수료 환급 모르쇠…소상공인만 피봤다

네이버·카카오페이 결제 시, 카드 수수료 환급 불가
'혜택 미적용' 불이익 정보 전달도 없이 업체 등록 진행
영세 자영업자만 손해…금융위 "제도적 미흡 개선하겠다"
사진=한경DB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경감하는 취지로 도입된 신규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환급 제도가 네이버·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간편결제 업체,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서비스 또는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소비자의 결제 수단에 따라 우대수수료 소급 적용이 갈린 셈이다. 문제는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금융당국마저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나마 카드 수수료 환급 불가 사안을 알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등록 시 가맹점 측에 이러한 정보를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그 어디서도 고지를 받지 못해 환급금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셈이 됐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환급 절차를 진행하는 주체인 카드사 또는 여신금융협회가 아니다보니 설명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를 통한 신용카드 결제 시 소상공인이 내야 할 전체 수수료에 카드 수수료가 포함돼 있었단 점과 페이 서비스 등록 시 혜택은 대대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자영업자가 얻을 불이익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단 점에서 도의적 책임까지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취재가 시작되면서 해당 제도를 마련한 금융당국은 간편결제 업체 관련 카드 수수료 환급 규제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단 점을 인정한 상태다. 금융위원회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황 점검 및 간편결제 업체 대상 논의를 진행해 구체적인 카드 수수료 환급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도 정부도 안 알려주는 '수수료 환급'…손해는 자영업자 몫

10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간편결제 업체에 해당하는 네이버·카카오페이가 신규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환급 제도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등록 가맹점의 경우 불가피하게 과세당국을 통해 매출액이 확인될 때까지는 우대수수료율보다 높은 업종 평균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두 수수료 간 차액을 자영업자에 돌려주지 않았다.

국내 카드사는 매 반기 기준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이 매출액 확인을 통해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선정되면 기존에 낸 수수료에서 우대수수료를 뺀 차액을 환급해주고 있다. 2019년 1월 31일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신규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환급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금액은 추정되지 않지만, 3년이 다 돼도록 환급금은 아무도 모르게 날아가 버리게 됐다.
사진 출처=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공개한 '2021년 상반기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환급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수료 환급 규모는 약 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세·중소사업자 19만4000곳이 평균 24만원씩의 카드 수수료를 돌려받은 셈이다. 2019년 초 도입된 이후 우대수수료 환급 제도 소급 적용으로 국내 카드사가 신규 영세·중소가맹점에 돌려준 금액은 약 290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영세·중소가맹점에 선정됐다 하더라도 네이버·카카오페이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진행했다면 수수료 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대수수료 소급 미적용 사안이 네이버·카카오페이 등록 시 가맹점 측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환급 절차를 진행하는 주체인 카드사 또는 여신협회가 아닌 만큼 설명 의무가 없었다는 게 간편결제 업체 측 주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환급 여부에 대해서는 금융위로부터 전달받은 적용사항이나 의무사항이 없다"며 "각 가맹점이 수수료 환급 제도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수수료 환급 정책 주체인 카드사 또는 여신협회에 물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자사는 가맹점과 카드사 계약 관계에서 인증 역할만 하는 것"이라며 "추가 내용에 대해선 전달할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한경DB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카카오페이를 통한 신용카드 결제 시 소상공인이 내야 할 전체 수수료에 카드 수수료가 포함돼 있었단 점과 일반 신용카드가 아닌 자사 페이를 이용한 결제 시 간편결제 업체 측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단 점을 감안하면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네이버·카카오는 페이 가맹점 등록 시 혜택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에 불이익이 될 만한 정보에 대해선 거론조차 하지 않았단 점, 소비자에게 등록 업체 사용 시 자사 페이 결제 유도 행위가 있었단 점을 고려하면 수수료 환급 불가 사안을 언급하지 않은 사실 자체로도 비판 여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환급 제도를 마련한 금융당국은 관련 문제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차적으로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봐서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매여 있어 각종 수수료나 규정을 적용받는 반면, 간편결제 업체는 수수료 관련 정책이 의무화돼 있지 않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간편결제 업체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전체 수수료 내부에 신용카드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수료 환급 제도를 의무화할 대상으로 보기가 어려웠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측은 <한경닷컴>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환급 제도가 적절히 설명되지 않았고, 간편결제 업체 관련 신용카드 수수료 환급 제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을 인정한 상태다. 지급수단에 따른 차별적 손해 여지가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간편결제 업체 관련 카드 수수료 환급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간편결제 업체 관련 우대수수료 환급 정책에 제도적으로 미흡했던 부분이 있던 것이 맞다"며 "간편결제 업체의 경우 여전법에 따라 등록된 업체가 아니기에 규제 및 조치 의무에서 제외된 면이 있었으며, 우대수수료 환급 제도가 관련 업권에 적절히 안착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측도 간편결제 업체 관련 수수료 환급 제도가 마련되는 데 적극 협조하고, 정책이 완비되는 대로 신규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 제도 도입에 신속히 나서겠다는 계획이다.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상 수수료 지원 정책을 대대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만큼 신규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 수수료 환급 제도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겠다"고 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영세·중소상공인을 위한 별도의 수수료 체계를 마련하고 적용 중인 단계인 만큼 정부 시책에 맞춰 소상공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가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