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한국 특유의 情이 그대로…서세옥 '춤추는 두 사람'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두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 몇 개의 검은 선으로 화폭에 그려져 있다. 극히 단순화된 모양인데도 농묵과 갈필을 넘나드는 강렬한 표현에서 인간의 생명력과 움직임, 한국 특유의 정(情)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난해 타계한 수묵추상의 거장 산정(山丁) 서세옥 화백(1929~2020)의 ‘춤추는 두 사람’이다.

‘해방 후 동양화 1세대’였던 산정은 간결한 선과 담채에 의한 담백한 공간 처리가 돋보이는 수묵추상으로 독창적 예술세계를 개척했다. 1959년 묵림회(墨林會)를 발족해 한국화의 현대화를 이끌었고, 26세에 서울대 교수가 된 뒤 40여 년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는 인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산정이 사람의 형상을 즐겨 그렸던 이유다.산정은 미술품 기증에도 앞장섰다. 2014년엔 자신의 시대별 대표작 100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지난 5월에는 산정의 유족들이 서울 성북구립미술관에 그의 작품과 컬렉션 등 미술품 3290여 점을 기증해 화제가 됐다.

서울 삼청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사람/들’에서 이 작품을 비롯해 인간 군상을 소재로 한 그의 그림 7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