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대표작이 '한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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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간 벼려온 작품 엮은“나를 떠나버린 시들을 불러 모아 몇 날 며칠 어루만져보다가/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보낸다./…(중략)…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사람의 가슴 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시인의 말’ 中)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출간
시단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정호승 시인(71)이 50여 년간 벼려온 주요 시작품을 엮은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비채)이 나왔다. 데뷔작 ‘첨성대’부터 근작 ‘당신을 찾아서’까지 대표 시 275편을 발표 순으로 엮어 그의 시작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수선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당신을 찾아서’ ‘서울의 예수’ 등 친숙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책 뒷부분에 김승희 시인(서강대 명예교수)과 문학평론가 이숭원(서울여대 명예교수)이 해설을 달아 시의 이해를 돕는다. 책 표지 손글씨는 글씨 예술가 강병인의 작품이다.“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中)는 시구처럼 증오를 앞세우는 각박한 현실과 거리를 두려 한 시인의 세계관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그러면서도 시대 변화에도 시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그 안에 자리한 서정성은 깊고 단단하다. 아프고 힘든 현실 세계의 고독을 사랑으로 헤쳐가려는 시인의 노래가 때로는 비감하게, 때로는 정취 있게 울려 퍼진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문학평론가 이숭원) 일을 지향하는 시인은 ‘단번에 낯익은 진부함을 처단하는’(김승희 시인) 언어의 마술을 선보인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