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못잡은 與野…대세론 사라진 대선판

이재명, 20%대 박스권 갇혀
李지사 중도확장력에 의문 커져
이낙연, 3위 자리서 제자리걸음
추미애는 "열린민주당과 합치자"

윤석열, 지지율 하락세 '비상'
尹 실언 '후폭풍'…당내 공세 부담
최재형은 '두자릿수 벽' 넘지 못해
이준석 "지금 선거 땐 5%P 패배"
‘메타버스 최고위’ 주재하는 송영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메타버스(가상세계)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대선을 7개월 앞두고 대세론 없는 대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중도확장력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잇단 설화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뚜렷하던 이재명·윤석열 대세론이 다 흐려지면서 여야 모두 ‘누가 될지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역대 대선 중 가장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재명, 불안한 1위

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 따르면 이 지사는 28.4%, 윤 전 총장은 28.3%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 지사가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2%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6.1%),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2%), 유승민 전 의원(3.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지사가 1위를 탈환하긴 했지만 여전히 20%대 박스권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마의 30%’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지사의 중도확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다소 극단적인 사상 및 정책과 도덕성 문제가 중도표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 내에선 반이재명계가 이런 점을 파고들며 점점 세력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의 이런 리스크가 경선 과정에서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때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던 이 전 대표 역시 3위 자리에 머물면서 상승세에 탄력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여권 후보에 대한 대세론이 사라지면서 ‘정권 연장’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지지율 확장을 위해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쳐야 겨우 이길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열린민주당과 하나가 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 역시 “국민이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한 식구로 생각한다”며 합당에 찬성했다.
개인택시 교육받는 이준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9일 경북 상주에 있는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 체험교육센터에서 개인택시 양수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세론도, 대안론도 흐려진 야권

사라진 대세론 속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야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 사퇴 후 KSOI 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달리던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 4%포인트 떨어지면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선두를 내줬다. ‘후쿠시마 원전’ 발언 등 잇단 설화, 당내 경쟁 주자들의 본격적인 공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윤 전 총장의 경우에도 이런 약점 요인들이 앞으로 더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언론 브리핑 및 인터뷰 정도였지만, 당 내 토론이 시작되면 더 많은 설화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 검증 및 가족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공세 수위도 한층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대세론도 없지만 대안론도 딱히 나오지 않고 있다. ‘플랜 B’로 여겨지던 최 전 감사원장은 지지율 두 자릿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책 비전 등에 있어서도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는 당 내 평가를 받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지지율 측면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대선을 치른다면 “여당에 5%포인트가량으로 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영남권은 물론이고 충청·강원권에서도 과거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만큼의 지지율이 나오질 않는데 수도권은 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대의 지지를 끌어내야 내년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성상훈/전범진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