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뭉칫돈 몰리는 '노란우산'…알고보니 안타까운 이유 [마켓인사이트]

코로나19 벼랑끝 몰린 자영업자의 선택
압류 대상 아닌 공제회에 돈 넣고 있는 듯
코로나19 장기화로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올 들어 노란우산공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노란우산공제(소기업소상공인공제)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납입하는 돈을 모아 굴린 뒤 돌려주는 제도다. 운용 주체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자·투자 수익을 얹어 가입자가 폐업, 노령, 퇴임, 사망 시에 돌려준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 위험이 가장 높은 직군들이 돈이 더 내고 있는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의 운용 규모는 지난 달 말 기준으로 16조5000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말 15조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7개월간 1조5000억원이 불어났다. 운용 수익률을 고려해도 매달 평균 2000억원 가량의 돈이 새로 들어온 것이다. 노란우산공제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이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1000억원 가량이 평균 유입 금액이었다"면서 "올 들어 평균 2배 가량의 돈이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노란우산공제금의 가입자는 약 150만명 정도. 대부분 자영업자나 소기업 사장들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영업 제한이나 재료비 상승 등으로 폐업 문턱으로 몰리고 있는 직군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올 들어 오히려 불입금을 최대(월 100만원)로 내고 있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이런 현상엔 자영업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있는 것으로 금융권에선 판단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노란우산공제회에 불입한 돈은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는 공제금 수급계좌를 국민 우리 신한 등 시중은행에서 개설할 수 있고, 이 통장에 대한 채권도 압류를 금지하도록 강화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유동성이 넘쳐 나고 있어 사모펀드나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건 사실이지만,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쪽은 넘쳐나는 유동성과 거리가 멀다"면서 "폐업 등지로 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염두에 두고 남아있는 돈을 최후의 보루인 노란우산공제에 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금 입장에선 운용 규모가 커지는 게 좋은 일일 수 있겠으나, 기금의 가입자가 모두 소상공인인만큼 씁쓸한 심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기사는 08월10일(15: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